“우리나라 사람은 밥을 잘 짓기로 천하에 이름이 났다. 밥을 지을 때 쌀을 깨끗이 씻어 뜨물을 말끔히 따라버리고 솥에 안친 후 손 두께쯤 되게 물을 붓고 불을 땐다. 무르게 하려면 익을 때쯤 일단 불을 껐다가 1-2경 후에 다시 불을 때며, 단단하게 하려면 불을 끄지 말고 시종 약하게 땐다.”
  조선시대 서유구가 쓴 ‘옹희잡지’에 나오는 쌀밥에 관한 언급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쌀을 재배해 먹기 시작한 것은 대략 부족국가 시절부터로 본다. 주식으로 삼게 된 시점은 삼국시대. 각종 기록에 고구려나 신라 백제 사람들이 쌀밥을 지어 먹은 사실이 등장한다. 원래 열대지방 늪지대에서 자생하던 벼는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흘러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고 모든 백성들이 쌀밥을 풍족하게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만 해도 일반 서민들은 흰 쌀밥을 자주 먹을 수 없었다. ‘제사 덕에 이밥’이라는 속담은 그런 사정을 잘 말해준다. 평소에는 보리나 조 등 잡곡밥 위주로 끼니를 잇다가 제사나 명절 그리고 혼사 등 잔칫날이나 돼야 쌀밥을 포식할 수 있었다.
  특히 근현대에 이르러서도 쌀밥은 서민들에게는 하나의 로망이었다. 희고 윤기가 돌며 부드럽고 향기마저 감도는 쌀밥 한 그릇은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거의 사치에 가까웠다. 그만큼 쌀이 귀했고 비쌌기 때문이다. 그래서 쌀밥에 고깃국 한 그릇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진수성찬이나 다름없었다. 오히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봄이 되면 보리 수확기까지 양식이 떨어져 끼니를 거르는 ‘보릿고개’를 걱정해야 했다.
  요즘 우리나라 쌀 소비가 급격히 줄고 있다. 최근 보도로는 1인당 쌀 소비가 30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고 한다. 작년 우리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63kg으로 30년 전 128kg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1인당 하루 쌀밥 한 공기 반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로 인해 쌀값은 꾸준히 내려가고 그 탓에 미곡처리장들이 도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단 서구식 식생활 문화 때문에 빵이나 육류 등 소비가 늘어나고 웰빙 생활방식의 유행으로 흰 쌀밥을 멀리하는 게 원인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쌀밥이 건강에 해롭다는 이야기까지 퍼지고 있다.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쌀 자체는 해롭지 않다. 현미로 먹으면 더 없는 건강식이다. 또 인스턴트 식품이나 흰밀가루에 비하면 영양소 면에서 탁월하다. 쌀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개발과 홍보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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