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공동체의 삶을 시각예술로 이끌어온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이하 계남정미소‧대표 김지연)가 휴관 4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청년 예술가들의 기획전을 계기로 명맥을 이어갈 방침이다. 28일부터 6월 26일까지 전주 서학동사진관과 진안 계남 정미소에서 이뤄지는 ‘Open-end(ed)’가 그것.

 

▲ 계남정미소는

사진작가 김지연에게 정미소는 남다른 존재다. 1990년대부터 전국을 돌며 잊히거나 무너져가는 정미소 500여 곳을 기록, 2002년 첫 개인전 ‘정미소’를 연 데 이어 2006년 진안군 마령면 작은 마을에 방치된 정미소를 ‘계남정미소’로 탈바꿈시켰다.

개관 1년 전만 해도 쌀을 쏟아내던 일상적이고 친숙한 장소에서 농민들의 삶과 생활상을 사진 및 영상으로 펼치려는 소박한 꿈 덕택이다. 농사꾼들이 숨을 돌리는 겨울이면 그들과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며 영감 및 자료를 얻은 결과, 2006년 개관전 ‘계남마을 사람들’을 시작으로 다분히 지역적이되 수준 높은 작업들을 선보여 왔다.

외딴 동네에서 시작된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은 중앙까지 전달됐고 벤치마킹하려는 이들도 적지 않았으나 운영상 어려움으로 2012년 문을 닫고야 말았다. 이후 전주 서학예술마을 내 서학동사진관을 꾸렸지만 계남정미소만의 가치와 개성을 그리워하던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

 

▲ Open-end(ed)

1년마다 다양한 활동 폭을 지닌 기획자와 사진가들이 서학동사진관에서 벌이는 원정행사 ‘서학동 언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해 6월 개최한 ‘응달 꽃은 짙다’에 이어 두 번째다. 서학동사진관에서만 진행하려 했으나 계남정미소를 되살리는 한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금도 확보해 두 곳에서 펼쳐진다.

김현주가 기획을 맡은 Open-end(ed)는 한도가 없는, 넓은 해석을 인정하는 등의 의미를 지닌 제목처럼 7인의 젊은 작가들이 사진으로 뭘 할 수 있는지 혹은 뭐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자 한다.

서학동에 전시하는 이들 중 주용성은 군산에 주둔한 미군부대에서 착안한 미군위안부 연작을 소개하고 고천봉은 10여 년간 중국과 미국, 한국을 오가며 마주친 사건들 그 상이한 이미지를 포착한다. 이택우는 사물들 사이 변하지 않는 공통점을 탐구한다.

독일 체류 중인 이미지는 혼혈이나 이민 2세들이 생김 때문에 다르다고 한정되는 상황을 바라보며 윤태준은 문헌상 존재하는 낙씨를 추적, 구성된 역사를 시각화한다. 계남정미소에 서 만날 수 있는 김주원과 안초롱은 각 작업을 다양하게 조합한다.

김지연 관장은 “일시적인 행사는 아닐까 혹은 정체성에 맞는 일일까 싶지만 꺼져가는 불씨를 살린다는 데 의의가 있을 것”이라며 “연기백, 홍진훤, 오석근의 전시가 10월까지 계속되는데 공간 특성에 관한 내용이다. 이후 1년에 한 두 번은 기획전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은 28일 오후 2시 서학동사진관, 오후 5시 계남정미소./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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