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고 후미진 곳이 그의 마음 속 그리고 한지 위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수묵화로 스며들었다.

사진작가 이흥재가 25일부터 30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여는 ‘강산적요-스며들다’는 전 전북도립미술관장이었던 그가 사진작가로 돌아왔음을 알리는 자리다. 3인전 등 각종 단체전에 참여하긴 했으나 개인전으로는 2001년 이후 처음인 만큼 더욱 뜻깊다.

오랜 세월이 흐른 탓일까. 극과 극은 통하기 때문일까. 이흥재 하면 떠오르던 구수하고 분주한 장터를 지나 고요한 풍경에 이르렀다. 미술관 출근길에 지나치던 상관 저수지, 구이 저수지 등 전주 근교가 눈에 익었고 직책을 내려놓자마자 별다른 고민 없이 촬영하기 시작했다.

사진 속에는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고 비오는 날보다 눈 오는 날이 더 많은데 일기 불순이 일어난 공간을 눈과 비가 아니라 온몸으로 지각하고 그 느낌을 담고 싶어서다.

새벽안개 낀 강과 노을 속 수면 그리고 윤슬, 비 오는 날의 슬픔, 눈발 흩날리는 겨울이 등장하는 가운데 검은 바탕과 하얀 점이 조화를 이루는 눈 내리는 모습은 점묘법을 연상케 하고 정중동을 실현한다.

현란한 색깔과 복잡한 구성을 배제한 흑백 화면과 반짝거리는 인화지와 달리 깊이 스며드는 한지는 적막함 혹은 신비로움을 극대화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둡고 잠잠해 보이지만 무언가로 가득 찬 스스로의 내면 또한 마주할 수 있다.

전주대 대학원 미술학과(미술학 석사)와 동국대 불교대학원 불교사학과 예술사(문학 석사),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박사)를 마쳤다. 현재 전북예총 부회장과 무성서원 부원장, 정읍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을 맡고 있으며 군산대에 출강 중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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