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을 핍박하는 시대가 한 구비 돌 때까지 시를 쓰지 않겠노라고 밝힌 안도현 시인이 50여년의 세월을 14년에 걸쳐 쓴 산문집 ‘그런 일’로 돌아왔다.

시와 문학에 대한 철학과 대표작들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등 인생 전반을 폭넓게 다루고 있어 그가 현재에 이를 수 있었던 요소와 함께 한국 사회의 지난 흐름이 배어있다. 시는 아니지만 시를 대하는 마음으로 대상을 마주하고 있어 특유의 분위기와 필체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갈증도 해소해 줄 것이다.

작가의 여정을 보면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안동, 대구, 경기도 여주, 전라도 전주로 이어지는 지리적 이동과 문학소년에서 전교조 해직교사, 전업 문인, 대학에서 시를 가르치는 교수로 옮겨온 신분적 변천이 맞물리고 있다.

이를 통해 시와 문학에 대한 생각을 다듬어 왔는데 흔히 말하는 ‘손에 잡히지 않는 헛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삶을 돌아보게 하고 지친 이들에게는 세상이 살아볼 만한 곳임을 가르쳐줌으로써 세계와 사람들 속 피가 돌게 하는, 없어서는 안 될 또 다른 양식이라는 이유에서다.

좋은 시에 대해서는 시간을 녹여서 쓴 흔적이 있고 말 하나에 목숨을 거는, 가슴과 손끝으로 하는 연애 같은, 독자에게 전인격적으로 호소하는 시 그리하여 사람을 변화시키고 세상에 긍정적인 충격을 주는 문학이라고 정의한다. 자작시들에 대한 해설과 시작 노트는 독자의 밥상에 올릴 시를 만들고자 기울여온 노력의 현장 그 자체다.

삼인. 368쪽. 13,500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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