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마당창극 ‘아나옜다, 배갈라라’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친근한 창극으로 거듭났다. 전반적으로 강약이 살지 않은 건 아쉽다는 지적이다.
  전주문화재단 한옥마을 상설공연단(단장 김범석)이 주관하는 전주마당창극 ‘아나옜다, 배갈라라’가 지난 21일 전주전통문화관 혼례마당에서 개막했다.
  전북도와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주최하는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의 일환으로 2012년부터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잔치 대목이 있는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레퍼토리를 돌아가며 선보이고 있으며, 다섯 번째인 이번에는 2014년 초연한 수궁가를 다시 한 번 올렸다.
  제작진은 틀을 유지하되 대중적이고 현대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는데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는 초연 시 지나치게 많은 볼거리로 놓쳐버린 얼개를 비교적 간결하고 매끄럽게 정리한 것이다. 불필요한 부분이 없어지다 보니 일관성과 집중도가 높아졌다.
  한자나 기존 용어가 많아 어려웠던 판소리 사설은 오늘날의 언어로 풀어내고 키보드 워리어, 삼포백수 같은 현 시대상을 자라와 토끼에게 덧입혀 현대성을 가졌다. 정통소리를 편곡해 창작곡과의 온도차를 줄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방수미(토끼), 정민영(자라), 왕기석(용왕) 같은 주연급 출연자들은 계속되는 연기와 율동 속에서도 수성반주에 맞춰 걸출한 소리를 들려주는 등 노련함을 뽐냈다.
  하지만 결정적인 부분들을 살리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줄거리의 전환점이자 절정인 토끼의 위기모면과정을 효과적으로 그리지 못한 것. 결말을 화합 혹은 해피엔딩으로 바꾼 건 얼마든지 가능한 시도나 전제돼야 할 감정선이나 긴장감을 놓쳐 힘을 잃은 모양새다.
  공연 기획자 A는 “2014년에는 토끼가 간을 잃을 뻔 했을 때 스스로 정신 차리자고 다독이며 꾀를 내는 장면이 그려져 위기감이 있었으나 이번엔 그냥 아무렇지 않게 묘수를 내놨다. 자라의 절망이나 자책도 비중 없이 그러져 허무했다”고 설명했다.
  흥겨운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해야 할 용궁잔치 대목은 시종일관 계속되는 떼창으로 인해 구별되지 못했다.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을 여전히 떨쳐내지 못한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공연 전문가 B는 “속도와 균형을 맞추려다보니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만 계속되는데 슬프고 위태로운 부분에서조차 그럴 필요는 없다. 인간사라는 게 희로애락이 공존하지 않나. 오히려 다르게 가야 지루함도 덜하고 몰입 및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짚어줄 건 분명히 짚어주고 털어낼 건 과감히 털어냈으면 한다. 정돈이 덜 된 모습이지만 공연을 거듭하면 개선할 수 있는 요소들인 만큼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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