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다른 무언가를 갖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고 그렇다고 해서 홀로 갈 수도 없는 창작의 길, 따로 또 같이 진중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그들의 이름은 ‘미술가’다.
  창작문화공간 여인숙이 레지던시 작가 vs 작가 교류 프로그램으로 29일까지 ‘동종업계-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을 열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된 ‘동종업계’가 비영리 전시장과 소통하는 공간 중심형이었다면, 2016년에는 2011년 부터 여인숙 레지던시를 거쳐 간 입주작가들이 함께하는 작가 중심형이다. 지역을 또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고 장르와 장르, 기법과 기법이 대면하는 등 협업을 통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코자 함이다.
  참여작가는 김상덕 김영경 김용현 김종희 변현수 서용인 신제현 안명호 오종원 윤선화 이정화 정초롱 조인한 최은경. 김상덕은 예수님의 열두제자 중 한 명인 도마가 예수님의 상처 깊숙이 손가락을 찔러 넣는 장면을 포착, 의심에 대해 되묻는다.
  김영경은 화려한 도시 속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골목길과 집들이 진정한 가치를 지녔음을 사진으로 증명한다. 김용현은 숨이 다한 듯 수그러든 해바라기가 실은 다음 여정을 준비 중임을 보여주는 등 생명의 힘을 강조한다. 
  김종희는 ‘둥글게 살아야 된다’는 조언 아닌 조언에 대한 생각들을 볼, 나무, 유리, 시멘트 같은 다양한 재료로 위태롭게 구현한다. 변현수는 천에 드로잉해 익숙한 일상 속 느닷없이 찾아드는 근본적인 질문들이야말로 아름다운 고통이라고 말한다.    
  서용인은 효과인 표면이 주체나 대상과 뒤섞이는 가운데 두 작용의 특이성 사이를 배회하고, 신제현은 6년간 진행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구도심 활성화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의 일환으로 해당지역 건물 내부를 미니어처로 만들고 무용수의 몸짓을 더해 영상화했다. 공간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보여주기 위함이다.
  안명호는 철거를 앞둔 피난민 마을에서 발견한 가정용 게임기로 낯선 동네의 이야기를 자기화했으며, 오종원은 내‧외부 모두 공격성을 띠고 있는 ‘두 자매’ 작업을 통해 불쾌하고 느릿하며 상처가 보이는 상황을 연출한다.
  윤선화는 영양분을 공급해야할 흙은 보이지 않고 뿌리들만 가득한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천 입체작과 판화 위 드로잉을 완성한다. 이정화는 집 구조의 청각화를 시도하는데 자신의 공간을 1:100으로 축소 후 사운드 오브제로서 해체 및 재조합해 하모니를 만든다.
  정초롱은 회화 안 문자와 이미지를 상반되게 표현, 차마 말할 수 없는 진실이 존재함을 드러낸다. 조인한은 정월대보름 축제의 중심인 달과 불을 아날로그 필름프린팅으로 풀어냈고 최은경은 골목과 밤을 추억, 꿈 등에 비유해 눈길을 끈다.    
  서진옥 큐레이터는 “지역에 대한 또 다른 읽기와 예술적 네트워크 형식 개발 같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코자 한다. 협업하는 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담론들도 함께해 또 다른 협업의 가능성도 보여주는 자리”라고 설명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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