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7개월여의 채용과정 때문이었을까. 타악 연주자로 잘 알려진 지휘자의 역량이 궁금해서였을까. 18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 전주시립국악단 상임지휘자 취임기념 정기연주회 ‘리셋(RESET)’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2층까지 전석 매진되는가 하면 지역안팎 국악 관계자들이 총동원되는 등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박천지 신임 지휘자는 안정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다른 단체에서 타악 수석으로 재직해 지휘 경력이 충분하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한시름 내려놨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임용 후 2주라는 짧은 시간이 주어져 원래 실력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을 보여줬고, 지휘자의 말마따나 그가 다수의 무대에서 경험을 쌓아왔음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 
  국악 관계자 A는 “채용 절차가 길어지고 이런저런 말들이 돌면서 염려가 됐지만 직접 보니 실력 있더라. 대학원에서 2년 배우고 가질 수 있는 기량은 분명 아니었다”면서 “관현악 속에서 타악을 해서 장단도 정확하고 관현악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더라. 국악단도 여느 때보다 음정을 잘 맞췄다. 제 역할을 해 준 거 같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의 경우 처음인 만큼 관현악부터 무용, 창까지 국악단 전반을 보여주는 한편 전주에선 시도되지 않는 곡들을 들려줘 무난했다는 평가다. 특히 마지막에 펼친 사물놀이 협주곡 ‘사기’는 사물광대와 함께 꾸리는 등 지휘자의 주특기를 극대화해 큰 열기와 호응을 자아냈다.
  하지만 2주는 취임 후 첫 정기연주회를 준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었다. 취임공연이라고 하면 지휘자의 실력과 특성은 물론 단체의 방향성까지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하나, 준비만으로도 벅찬 기간 탓에 앞으로의 행보를 읽을 순 없었다. 
  국악 전문가 B는 “일종의 신고식인데 급하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좁은 곳에서 한 것도 아쉽다”면서 “국악단을 이해하고 단원들과 소통한 다음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면 국악단이 가지고 있는 색깔이나 하고자 하는 것들을 깊이 있게 담을 수 있었을 거고 호흡도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악단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것도 숙제다. 국악인 C는 “풍남문, 한벽루, 한바탕 전주 같은 전주를 알리는 수많은 곡들을 선보이는 한편 전통과 현대(창작) 혹은 한국음악과 서양음악의 결합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다”면서 “지휘자의 개성도 중요하지만 우리만의 좋을 것들 또한 유지하고 발전시켜 줬음 한다”고 전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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