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학이 폐지되고 생활이 녹록치 않은 등 외롭고 힘든 예술가의 길을 자처한 이들이 있다. 신진 미술인이다. 모두가 아니라고 하는 길을 과감하게, 우직하게 내딛는 이들의 첫 신고식이 궁금하다.

우진문화재단이 3월 3일부터 16일까지(개막 3일 오후 6시) 우진문화공간에서 ‘제25회 신예작가초대전’을 연다. 미술작가로 살아가려는 젊은이들의 출사표 같은 전시로 걸출한 도내 대학 졸업생들을 통해 대학별 작업경향을 비교해보고 기성작가와는 또 다른 풋풋함과 참신함을 느낄 수 있다.  

올해는 4개 대학 8명을 조명하는데 김재인 문지영 문향선 박지영 박지형 엄수현 이채은 정수지가 주인공이다. 젊은 미술인답게 청춘들의 생각이나 상황을 그린 결과물들이 주를 이루지만 사회문제, 인간내면 같은 깊이 있는 주제도 배어있다. 재료와 기법은 채색부터 조각, 바느질, 먹, 한지, 펜까지 다양하다.     

먼저 정수지(군산대·한국화)는 현대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인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해 소통이 단절돈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스마트폰이 깨지면서 나타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채은(군산대·서양화)은 자신을 포함한 오늘날 젊은이들이 베개 위와 배경의 글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불협음 같은 주변 환경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그린다. 이는 꿈으로 해결된다.

김재인(예원예술대·한지조형)은 청춘의 고뇌를 철사와 글루건에 정교한 손맛까지 더해 해골로 구현한다.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짜곤 있으나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희망의 여지가 있다.

문향선(예원예술대·한지조형)은 도형과 원형을 반복적으로 배치해 하나의 큰 화면을 구성한다. 도형과 원형의 집합 및 확산을 통해 말하는 바는 ‘중심에 내가 있고 그것을 다스리는 건 바로 자신이다’다.

박지영(원광대·서양화)은 각 분야 유명인사들을 펜으로 균일하게 혹은 크고 작은 원형들로 채운다. 보이기 위한 것,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를 드러내는 등 사회 속 인간의 진실과 가식, 속성과 외양을 이미지화하기 위함이다. 

박지형(원광대·조각)은 언급하기 참 어려운 사회문제든, 너무 지쳐 영혼조차 없어 보이는 가냘픈 그녀 자신이든 주제를 막론하고 다분히 은유적이라 묘한 여운을 남긴다. 바느질까지 더하면 완성도는 높아진다.

문지영(전북대·한국화)은 단조로울 수 있는 전통채색에 직조기법을 적용해 전혀 새로운 기법을 만들어낸다. 바둑판을 연상케 하는 작품은 끊길 듯 이어지는, 보일 듯 말듯한 신비감을 연출한다.

엄수현(전북대·서양화)은 숲속에서 한밤의 축제를 즐기는 거 같지만 실은 멸종돼 가는 마다가스카르의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등장시켜 자연을 소유하는 대신 자연의 시선으로 교감하자고 주장한다.

재단 관계자는 “가장 뜨거운 현대미술의 현장이며 각 대학별 특성을 한 자리에서 살필 수 있는 선의의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많은 격려 바란다”고 밝혔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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