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쉼 없이 달려온 전북미술이 어느덧 70년을 맞았다. 시대별, 사조별, 인물별 크고 작은 변화를 거듭하며 색깔과 영역을 갖게 됐고 가치도 남다르나 큰 틀에서 조명하려는 움직임은 없다시피 한 게 사실이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이 전북미술사라는 숲을 바라보게 된 건 이 때문. 19일부터 4월 10일까지 본관에서 열리는 ‘전북미술 모더니티 역사전’은 광복 후 전북미술 70년 역사를 모더니티 관점에서 살핌으로써 등한시되거나 피상적인 데 그친 전북미술사 정립의 계기를 모색하는 한편, 현주소를 가늠하고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한 자리다.

이는 집필에서 비롯됐다. 몸소 살아냈거나 연구해 온 미술평론가 이승우와 예원예술대 교수 김선태에게 관련 내용을 1년 전 의뢰했고 거기에 쓰인 주요전시 및 사건, 지울 수 없는 기록, 시대별 활동작가를 토대로 참여 미술인 및 작품을 선정했다.

91명의 대표작이나 활동시기 모습이 담긴 작업 120점이 △근대여명기△구상과 추상△현대미술 확장기로 나뉘어 전시된다. 글 속 등장하는 이들의 결과물을 전시장에서 확인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근대 여명기’는 일제의 영향을 받은 데 이어 좌우 이데올로기 갈등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한국적 리얼리티를 확보하기 시작한 시기다. 1945년 박병수와 김영창이 동광미술연구소를 설립했고 1946년 녹광회를 창립, 김영창 이의주 천칠봉 김용봉이 창립전을 열었다. 한국전쟁 즈음인 1954년에는 동경제국미술학교 출신인 이경훈을 중심으로 신상회를 조직했다.

‘구상과 추상’에서는 1960년대 4·19 혁명과 5·16 군사정변을 거치고 제3공화국 출현으로 경제적 근대화 과정을 밟음에 따라 달라지는 화폭을 포착한다. 구상과 추상이 병존하면서 모더니티의 차별성을 기하는 양상을 띠었다. 구상 계열로는 오무균 이동근 이종만, 추상 계열로는 문복철 김수자 윤경희 임병춘, 반구상 계열로는 박민평 박종수 조도중 유휴열 이승우 국승선 등이 대두됐다.

1974년 물꼬회가 창립되고 현대 미술을 향한 실험성과 전위성을 의식하기 시작한 건 ‘현대미술 확장기’다. 행위 및 설치 미술을 동반한 미술 운동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서울현대미술제, 대구현대미술제와 연계돼 전북현대미술제(1978)와 전북현대작가회(1980)를 태동시킨다.

여기에는 물꼬회의 김문자 양병호 임영택 엄택수 조영철과 전북현대작가회의 김영규 김한창 선기현 육심철 윤경희 이강원 이승우 임병춘 황소연이 있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쿼터그룹(선기현, 육심철 포함 1983년 창립)과 C8page(구재산 채우승 도병락 홍선기 포함 1987년 창립) 그룹이 미술운동의 맥을 이어갔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더불어 민중미술이 일어났는데 주역으로는 임옥상과 이기홍 진창윤 장 호 이근수를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전북도립미술관에서 뽑은 전북청년작가(2015) 김성민 김병철, 이주리, 탁소연을 비롯한 젊은 작가군들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장석원 관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미술의 흐름이 전북에도 적용되나 분명하면서도 따스하고 개념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전북만의 특징이 있다”면서 “전북미술사의 객관적 실체를 드러낸 만큼 앞으로 여러 곳에서 다각도로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막은 19일 오후 4시./이수화기자‧waterflower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