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백제 역사·문화의 우수성과 인류문화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등재된 백제역사유적 대상 지역은 △익산 왕궁리 유적, 미륵사지 △공주 공산성, 송산리 고분군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능산리 고분군, 정림사지, 나성 등 8곳이다.

전북도는 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세계적인 지역(전북)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유병하 국립전주박물관장과 최완규 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으로부터 백제 역사문화의 가치와 미래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최 이사장은 “왕궁리 유적에 접해있는 제석사지를 비롯해서 백제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지방통치문화 관련 유적과 연계한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익산의 경우 후일 고대도성의 복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 관장은 “전북지역의 백제 유적은 300년을 건너뛴 후백제와의 연계 선상에서 이해돼야 한다”며 “견훤이 익산지역에서 국가적 정통성을 찾고자 했던 사실은 후백제 중심이었던 전북 역사 정체성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편집자 주

-지난 7월 15일 독일에서 열린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결정됐다. 문화유산 등재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유병하)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세 가지의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전라북도를 포함한 다섯 개 지자체가 협력하여 백제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서로 이해가 다른 당사자들이 모여 세계유산 등재라는 모범적 사례를 만들었다는 것은, 문화유산 분야에서도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이해당사자간의 소통과 협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둘째는 고구려, 신라에 이어 백제의 문화유산도 아시아를 넘어 세계문화의 가치로 재조명 받게 되었다는 점이다. 개별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도시 자체의 격이 올라가게 되었고, 백제 문화유산을 보유한 전라북도의 위상도 한층 올라가게 되었다. 아울러 삼국문화가 모두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음으로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도 널리 과시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는 세계유산 등재와 함께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 그리고 이를 통한 경제적 발전뿐만 아니라 백제문화의 연구와 문화유산을 토대로 한 문화콘텐츠도 본격적으로 개발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들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가능해졌다.

▲(최완규)백제문화유산의 우수한 가치가 동아시아적인 관점을 넘어 세계의 온 인류가 공유하는 문화유산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백제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에게는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백제문화유산의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역사문화자산으로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화가 경쟁력이 되는 21세기의 시대적 요구에 매우 부합되는 브랜드 가치로서 지자체 뿐만 아니라 국격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백제문화유산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는데 백제 문화의 특징을 정리한다면?
▲(최완규)백제는 고구려 신라와 다르게 여러 번 수도를 옮긴 역사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이에 따라 각 왕도별로 각기 다른 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한강유역에는 풍납토성과 같이 평지에 왕성을 축조하고 있고, 백제의 건국의 출자와 관련되는 고구려계통의 적석총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공주(웅진)지역의 특징은 고구려와 전쟁에서 개로왕이 전사하고 문주왕대에 급박하게 천도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공산성과 같은 산성 내에 왕궁 주요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부여(사비)지역에는 나성과 같은 독특한 방어시설과 더불어 조방제와 같은 정비된 시설이 일부에서 발견되고 있다. 특히 불교의 융성과 더불어 많은 사찰이 왕궁유적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익산지역에는 왕도 관련유적이 공주나 부여지역보다 잘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마저 손상되지 않고 있어 고대 도시를 복원하는데 가장 경쟁력이 있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특히 왕궁의 존재는 삼국 가운데 유일한 고고학적 자료로서 세계유일의 가람배치을 가진 미륵사지와 더불어 백제문화유산의 커다란 자랑거리가 된다.

▲(유병하)백제는 풍요로운 평야를 배경으로 강과 바다를 잘 활용한 ‘해양국가’였다. 내륙으로 촘촘하게 연결된 수로와 황해를 통해 주변국과 교류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 및 해로는 백제로 하여금 선진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하였고, 튼튼한 경제적 기반과 교통체계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창조적인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발전된 해양문화를 통해 일본 및 주변국에도 적극적으로 백제의 문물을 전파할 수 있었다. 당시의 백제는 국제해양문화의 당당한 축이었다. 그러다 보니 백제문화는 자연스럽게 고구려나 신라와 구분되는 개방성과 다양성을 띠게 되었으며, 선진문물을 창조적으로 변용?발전시킨 우아하고 세련되게 면모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특징은 백제의 유물에 잘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공주에서 출토된 금동보살상과 무녕왕릉에 관식과 귀걸이, 부여에서 출토된 산수문전, 금동대향로 등을 들 수 있다.

-이번에 등재된 8곳 가운데 전북은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 등 2곳이 포함돼 있다. 전북지역 백제문화유산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유병하)전북지역은 다양한 백제의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 궁성을 비롯해 사찰, 산성, 왕릉을 비롯한 수많은 고분 등이 그러하다. 이것들은 백제 중기 이후의 발전상을 밝히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며, 공간적인 위치상 마한뿐만 아니라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밝히는 고리로서도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전북지역의 그것이 제외된다면, 전반적인 백제 연구의 중심이 빠지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또한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익산의 문화유산, 즉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은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든 석탑과 가람배치의 형식, 정원 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독창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아울러 후백제와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견훤의 후백제는 익산지역에서 국가적 정통성을 찾고자 하였으며, 미륵사에서의 개탑 행사나 왕궁리 석탑의 조영 등이 모두 후백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익산의 백제 유산은 한때 전라북도가 주도했던 역사와 그때 이후로 형성되어온 역사적 정체성과도 직결된다고 하겠다.

▲(최완규)전북지역의 백제유산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마한문화의 기반위에 백제문화가 정착된 것으로 말할 수 있다. 만경강을 중심으로 미륵산에서 모악산에 이르는 분지형 공간적 범위에는 철기문화를 소유한 토광묘 집단이 다수 발견되는데, 이는 마한의 성립을 말해주는 고고학적인 증거이다. 이곳에는 백제의 영역화 이후에도 마한 분구묘를 5세기말까지 지속적으로 축조되고 있음이 확인되는데, 마한과 백제문화의 복합양상으로서 이러한 점들이 공주나 부여문화와 다른 특징인 것이다.

마한문화의 기반위에서 축조된 김제 벽골제는 한반도 최고 최대의 농경수리유적으로서 당시로서는 최고 하이테크 토목기술을 뽐내고 있다. 특히 벽골제는 농업 생산력의 기반이 되었고,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읍 고부에 백제지방통치의 중심인 중방성이 설치되는 배경이 되었다.

결국 전북지역에는 익산지역 중심의 백제왕도문화와 정읍 고사부리성에 설치되었던 백제지방통치문화를 모두 갖춘 매우 중요한 지역인 것이다.

-문화유산 등재 이후 주목받는 사업이 바로 관광이다, 전라북도도 관광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관광객이 늘면서 2020년에는 관광객 소비지출로 인한 전북 생산유발 효과가 3,775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보고도 있다.
▲(최완규)앞서 말한 것처럼 전북에는 백제의 왕도문화와 지방통치문화를 모두 갖춘 경쟁력있는 지역이다. 익산의 미륵사지와 왕궁과 더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공주, 부여의 문화유산과 연계된 관광자원의 활용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전북지역의 백제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전북지역의 백제문화유산을 이해해야만이 충남지역의 백제문화와 전남지역의 마한문화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백제문화의 중심지대에 전북의 백제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북지역에는 이외에도 고창지역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인돌과 신라의 왕릉에 비해도 규모가 뒤지지 않은 마한 분구묘가 밀집되어 있다. 또한 남원 운봉을 비롯한 동부산간지대에는 가야의 고총고분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백제문화유산과 이들 유산을 연계해서 활용하는 종합적인 계획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유병하)익산의 백제 유산이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공인을 받음으로써 당장 내년부터 2배 이상의 관광객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절한 수용역량을 넘어서는 관광객이 찾아올 날도 멀지 않았다. 그리고 현장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해야할 국립익산박물관도 2019년이 되어야 자체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여주어야 할 통합적 관리계획이 지금 논의되는 것보다 더욱 빨리 완비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전에 있는 통합관리단도 가깝게 옮겨와야 되고, 자치단체와 박물관. 주민이 모두 참여하는 통합협의체도 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준비 단계인 관광 인프라의 본격적인 구축도 서둘러야 할 것이며, 농업·자연·산업·정신 자산과의 연계시스템 구축도 자치단체별, 국가별로 논의할 수 있도록 확대되어야 한다. 하자만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전북 지역의 백제 유산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증대하는 첩경은 관광객의 직접적 관리도 중요하지만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컨텐츠를 개발?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제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허브 역할을 할 기관의 선정과 그곳을 통한 아카이브 구축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전북지역의 백제 유산이 충남에 비해 수도 적도 인지도도 낮은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유산 등재가 지역 개발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점에 대부분 동의 한다. 하지만 그 방향성에 대한 이견은 존재하는데 바람직한 개발 방향은

▲(유병하)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유산을 비롯하여 전북지역의 문화유산은 전반적으로 초보적인 정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세계문화유산을 활용하려 한다면 본격적인 개발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는 방법론적 과제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세계유산이 되게 만든 가치, 즉 유산의 원형적 가치를 지키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형 보존을 하면서도 문화재의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널리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지역발전 및 주민의 삶과 연결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예컨대 유적만이 아닌 도시계획 속에서 중장기적인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고, 주민들의 삶과 연결되는 공간 개편과 주민들의 삶이 향상되는 도로?편의시설?건조물의 설치 등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다양한 소통방식이 더불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최완규)익산 미륵사지나 왕궁을 찾아오는 관광객은 과연 무엇을 보고 느끼기 위해 이곳에 오는 것일까? 쾌락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백제문화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곳을 찾는 방문객의 요구에 따라 개발방향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방문객의 편의를 위해 숙박시설이나 음식점 등 편의시설이 필요할 것 같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백제문화의 정체성 이해를 위한 보완책이 필요해 보이다.

한편 익산의 경우에는 후일 고대도성의 복원을 염두에 두고 개발방향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에코 뮤지엄’ 개념을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중복되는 질문 같은데 문화유산 보존과 관리 어떻게 해야 하나
▲(최완규)최근 세계문화유산의 추세를 보면 ‘점단위 문화유산’에서 ‘면단위 문화유산’으로 변화되는데, 곧 일정한 공간내의 문화유산을 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옮겨져 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유적경관의 보존이 매우 중요한 이슈로 등장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문화유산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주민 역할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것은 행정에서 일방적으로 보존 관리정책을 시행하다보면 이해 당사자인 주민과 충돌이 파생될 가능성이 언제나 있을 수 있다. 조화롭게 보존 관리정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입안 단계부터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행정이 필요한 것이다.

문화유적의 보존 관리대책이란 현재의 세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다음 세대를 위한 우리세대의 강력한 의무라는 점을 명심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유병하)보존은 단순히 문화유산의 현재적 가치를 그대로 지켜나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극대화하면서 새롭게 문화유산의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관리 역시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는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는 존재로 계속 남아있도록 기능하게 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세계문화유산의 현재적 가치와 의미를 잘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아울러 그 가치와 잠재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문화관광과 연결되면서 아울러 문화유산의 가치 재해석, 정체성 확인, 문화정보의 공유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디지털이라는 수단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바일웹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생각을 점차 확대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유물의 실물복원과 유적의 원형복원, 도시의 가상 재현하는 작업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