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대 사회에서의 지배적 신앙은 샤머니즘 즉 무격신앙이었다. 중국 사서 기록을 보면 부여 등 부족연합국가들에서는 제천의식 즉 하늘굿이 일반적인 행사였다. 무당이 중심이 된 이 제사는 하늘에 대한 감사가 주 목적이지만 천지인이 어울리는 놀이판이기도 했다. 당시 사람들은 제사와 함께 술을 마시고 춤과 노래를 즐겼다. 하나의 축제마당이었다. 당연히 신명과 흥이 절로 흘러 넘쳤다. 무당의 신명은 곧 사람들에게 옮겨가 거대한 에너지가 됐다.

이후로도 신명은 샤머니즘과 함께 끈질기게 이어졌다. 비록 종교는 불교가 주류를 이뤘지만 샤머니즘의 질긴 생명력은 생활 속에서 꺼지지 않았다. 무당은 하나의 어엿한 직업이었고 당산제 등 여러 민속도 바로 여기서 연원한 것이다. 전통 양식의 병신춤은 가장 밑바닥 인생이면서도 명랑하게 노래하며 춤추는 거지의 신명 바로 그것이었다. 판소리 등 여러 전통문화 양식들에서 신명은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백성들은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도도한 신명을 잊지 않았다. 가난과 핍박, 착취 등에 억눌린 삶을 신명으로 풀어냈던 것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신명을 우리 민족의 특성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어령은 한국문화는 한을 푸는 문화이며 그 통로가 바로 신명이라고 했다. 또 김열규는 한국사회는 한과 신명 양극 사이를 정이 매개하는 구조라고 풀이했다. 김용운은 일제강점기 징용에 끌려간 젊은이들이 그 한을 오히려 웃고 떠들며 노는 것으로 극복했음을 지적했다. 그 웃음 이면에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요즘 가수 싸이의 신곡들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곡 ‘대디’는 공개 3일만에 유튜브 조회수 2000만회를 돌파했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를 열광시킨 히트곡 강남 스타일보다 빠른 속도라는 분석이다. 또 ABC,CNN, 로이터 통신 등 해외 언론도 비상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노래는 바로 신명 그것이다. 그는 자신의 노래와 기묘한 동작의 춤을 통해 한국인 특유의 심리 특성인 신명을 펄펄 뛰는 에너지와 유쾌한 익살로 풀어낸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한국인 유전자에는 신명과 흥이 새겨져 있는 듯하다. 이것이 때로는 경제 기적으로 때로는 스포츠 응원 등으로 나타난다. 또 사물놀이나 난타와 같은 예술형식으로도 승화된다. 그리고 그 신명은 외국인들까지 감동시키고 있다. 한류라는 것 자체가 한국인의 심성인 신명이 서구문화에 세련되게 녹아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신명은 그래서 귀중한 문화자산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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