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티션은 경쟁적 협력이라는 뜻이다. 경쟁 할 때는 경쟁하고 또 협력할 때는 협력하는 것이다. 적과의 동침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아무리 적이라고 해도 상황에 따라서는 협력하는 것이 득일 수 있다는 인식이다. 극단적 경쟁에서 오는 위험성을 줄이고 자원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등 방법을 통해 같이 살자는 게 기본 방침이다 미국 예일대 배리 네일버프 교수와 하버드대 애덤 브랜던버거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주로 비즈니스계에서 통용된다.

그 예는 허다하다. 삼성과 구글이 한편으로는 경쟁자이면서도 서로의 특허를 10년간 공동사용하기로 협정을 맺었는가 하면 모바일 게임업체간 아이템을 교차 제공하는 것도 이에 속한다. 또 온라인 소셜커머스 업체가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할인쿠폰을 판매하는 것도 일종의 코피티션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코피티션은 비단 비즈니스계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게임이론이 이 문제를 다루면서 정치나 사회,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이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어떤 공동의 목표가 있다면 죽기 살기로 싸워 피를 흘리는 것보다 둘 다 이기는 길을 찾는 게 합리적이다. 이른바 윈윈게임이다.

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미 작고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국 현대 정치사를 주무른 ‘양김’시대 주역들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았다.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 때 두 사람은 신민당 후보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김대중이 승리하자 김영삼은 기꺼이 그의 당선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1979년 신민당 총재 선거에서는 김대중이 김영삼을 열심히 밀었다. 다시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두 사람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바람에 야권 단일화가 실패했고 당연히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졌다. 그 다음 선거에서는 김영삼이 다시 그 뒤에는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두 사람은 나란히 영광을 나눠가졌다.

요즘 정가에서는 극에 달한 여야 대립구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두 전직 대통령들의 경쟁적 협력 전략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야간 협력 없는 극단적 대립이 나라를 어지럽게 한다는 지적에 대한 대답이다. 국가 번영이라는 목표 아래 적과 아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에게 배우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코피티션이야말로 지금 여야 정치권이 숙지해야 할 지혜라고 본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