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무버란 우리말로 선도자쯤으로 번역할 수 있다. 말 뜻대로 하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다. 어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퍼스트 무버가 가장 많이 논의되는 분야는 경영 쪽이다. 경영은 시장이라는 정글에서 벌이는 생존게임이니 만치 먼저 움직여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이른바 선점 전략이다. 시장을 선점하면 퍼스트 무버 어드벤티지가 따른다. 일단 시장을 차지하면 비슷한 업종의 다른 기업들이 넘보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예를 들면 세계 최대의 소매업 체인인 월 마트는 중간 크기 도시에 초점을 맞췄다. 목표로 하는 지역에 우선 큰 물류 창고를 짓고 스포크 앤 휠 시스템을 통해 유통비용을 확 줄였다.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 월 마트는 서서히 주변 도시로 영업 지역을 넓혀갔고 이 전략이 먹혀 가장 원가가 낮은 소매상으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치까지 올랐다.

물론 패스트 팔로우어 전략도 있다. 퍼스트 무버가 간 발자국을 보고 그대로 빨리 따라 가는 것이다. 그러면 연구개발 비용이라든지 경영 시스템의 고안 등에 따르는 비용을 절감하고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심하게 말하면 베끼기다. 과거 우리나라나 일본도 미국 등 선진국을 따라 하기로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퍼스트 무버가 역시 우세하다. 한 번 소비자 뇌리에 박힌 브랜드 이미지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아무리 패스트 팔로우어들이 맹추격을 해도 퍼스트 무버를 추월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11월25일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재계는 고도성장기 한국 경제를 앞장서 일군 그의 공적을 기리면서 그로부터 교훈을 얻자는 분위기다. 각 경제단체와 언론, 연구기관들은 그가 도전과 개척 정신으로 번영을 주도해 온 위대한 기업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퍼스트 무버로서 불모지인 이 땅에 조선과 자동차, 건설 산업을 일으켜 세운 영웅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봐, 해보기는 했어?’라는 그의 도전정신은 오늘의 한국에 있어서 반드시 닮아야할 기업가 자질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업가 정신이 쇠미해지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여 있다. 얼마 전 기업가 정신 지수가 OECD 34개국 중 22위라는 발표도 있었다. 정주영 리더십은 그래서 시대적 요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정주영에 대해 “참 기업가 정신은 용기로 하는 것인데 정주영 회장은 그런 점에서 용기를 타고난 사람이다”고 평가했다. 불확실성과 위험이 도사린 경제 생태계에서 정주영의 퍼스트 무버 정신이야 말로 생존의 방책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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