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 공동지도체제구성’에 대한 안철수의원의 입장표명이 26일 이후로 미뤄졌다. 박원순서울시장이 형식적인 협력의사를 밝히면서 탄력을 받는 듯 보였지만 안의원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이 끝난 후 입장을 정리키로 하면서 일단의 논의가 중단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낡은 진보 청산’을 내세우며 당의 변화를 요구했던 안의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안의원의 측근들 역시 ‘들러리’ 역할을 우려한다. 당내 비노를 중심으로 한 호남출신의원들은 ‘혁신과는 거리가 먼 나눠먹기’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문안박 연대 제안에 문제를 제기한 오영식의원이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고 있고 주승용최고위원 역시 ‘당 지도부 권한문제를 대표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해도 되느냐’며 문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유성엽전북도당위원장도 ‘YS의 결단을 배워야 한다’며 문대표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일부 3선 중진과 소장파의원들이 안의원의 문안박 연대 참여를 촉구하는 서명을 통해 문 대표를 지지하고 있지만 연대 성사여부와 관계없이 시간이 흐를수록 당내 분란은  그 세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문대표가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을 흔드는 세력은 실제로 자신들 공천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게 문제가 되면서 호남출신의원들을 중심으로 더욱 강한 반발기류가 형성돼 가는 상태다. 문안박연대를 옷만 갈아입고 새사람 인척 한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정도로 지금 새정연이 내놓는 당내 안정화 방안에 대한 호남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꼼수 정치로 위기의 순간만을 넘기려는 책임정치 실종의 한 단면이란 비난 까지 가세하고 있다. 백약이 무효란 표현이 딱 맞을 정도다. 그러나 새정연에 대해 싸늘히 식어가는 호남 민심을 ‘여론조사 기관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니 믿음이 가지 않는 다’는 아전인수식 해석이 당내 친노 중심 세력의 변하지 않는 진단이라니 답답할 뿐이다.

당내에서 대표책임을 묻는 세력에 대해 공천 안 될까 봐 흔드는 것이라 평가하고 이미 바닥인 민심은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어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는 건 새정연엔 이미 호남이 없음에 다름 아니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정작 귀 닫고 눈 감은 건 친노들이란 비노의 비판에 더욱 공감을 표시하고 있는 게 지금 호남의 민심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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