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진화 역사를 보면 눈부시다. 처음 영국 BBC가 본격적인 TV시대를 연 1929년 당시 기술은 오늘날 시각으로 보면 우습기까지 하다. 기계식인데 덩치만 컸지 화질이나 기타 기능들은 형편없었다. 이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전자식으로 바뀌고 점점 화질은 좋아지고 크기는 작아지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그러다가 고음질, 고화질의 디지털 TV가 나온 때는 1980년대 초반이었다. 현재는 3D와 HD, 스마트 등 TV 관련 기술은 끝을 모르고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진보에도 불구하고 TV 시청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긍정적인 기능과 부정적 기능이 모두 지적되는 데 특히 부정적인 면이 강하다. 원래 TV는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고 안방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문화가 상품이 되고 똑같은 획일적 문화가 강요되며 공동체 대화단절이나 폭력성 선정성 등으로 인한 부작용 등 TV가 갖는 어두운 면도 늘 비판의 대상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상상력과 창의성을 잃는다는 것이다. TV가 ‘바보 상자’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갖게 된 것도 바로 이런 부정적 영향 때문이다.

급기야 1995년 미국에서는 ‘TV를 끄면 삶이 살아난다’는 구호 아래 1년에 1주일 TV 끄기 캠페인이 벌어졌다. 한국에서도 2004년 TV 안보기 시민모임이 출범하는 등 관련 시민운동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그런데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팀이 햄스터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TV를 켜놓고 잠을 잘 경우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최근 연구팀이 낸 논문에 의하면 희미한 불빛인 TV에 장시간 노출된 햄스터는 그렇지 않은 햄스터에 비해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설탕물에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마디로 즐거움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이는 뇌의 편도체 옆 해마돌기가 줄어드는 뇌 손상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나친 TV 시청이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니 찜찜하다. 그렇다고 TV가 해악만 끼치는 존재는 아니다 매스컴 이론에서 이용과 충족이론에 의하면 시청자는 목적 지향적으로 TV를 본다. 즉 수동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 이용을 한다는 것. 그러니까 개인이 똑똑한 TV 시청 습관을 통해 얼마든지 이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TV는 바보상자가 아니라 마법 상자이자 만능 상자이며 정보 상자로 쓸모가 많아진다. 쉽게 말해 다 자기 하기 나름인 것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