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주화 투쟁을 하며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 속에서도 풀뿌리처럼 살았던 고인이지만 고령에 찾아온 병고를 이기지는 못했다. 부디 저세상에서 안식과 평화를 누리길 기원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김 전 대통령은 큰 족적을 남긴 인물도 드물다. 고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 운동의 양대 산맥을 이끈 현대 정치사의 거목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70년대 40대 기수론으로 야권 지도자로 우뚝 선 이후 오랜 시간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1992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등 과감한 개혁을 단행해 민주주의를 한층 더 성숙시켰던 장본인이었다. 특히 민주화에 대한 김 전대통령의 기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쌍두마차였다. 그는 그래서 역사의 평가를 받고 국민들로부터 큰 업적을 평가받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기까지 그의 인생 역정은 험난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민주화를 열망한 국민에겐 태산 같은 지도자였으나 군사정권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하에서 그는 가택연금을 당했고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정치활동이 금지당하는 고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힘을 합쳐 군사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한 그의 공로는 국민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그러나 1987년 대선의 야권 분열과 1990년 3당 야합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임기말 IMF 구제금융으로 큰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고인이 남긴 족적은 현대사에 크게 남을 것으로 평가된다. 국가에 바친 민주화 투쟁 등 여러 가지를 귀감으로 삼아 나라발전과 통일에 매진해야 한다. 이제 그는 영욕과 포폄을 넘어 역사 속으로 떠났다. 그의 발자취가 이 나라의 민주 발전과 경제 번영, 평화 통일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그를 떠나보내는 장례절차가 경건하고 엄숙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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