茅項

孤立處心靜身安
邊山停面海氣凝
潮汐掃此岸迷妄
留久遠無念入定

唱靑山四圍感寂
風雨磨黑岩圓融
霧中半島向兜率
願不醒茅項之夢

 

茅項(모항) 모항의 꿈

孤立處心靜身安(고립처심정신안)
홀로 서있는
이곳 모항 백사장
마음은 고요하며, 몸은 안락하네.
邊山停面海氣凝(변산정면해기응)
서해를 향해
달리는 변산반도
바다와 마주하니 지기가 뭉쳐있네. 
潮汐掃此岸迷妄(조석소차안미망)
밀물과 썰물
모래 위에 새긴
이승의 어리석음을 지워나가니
留久遠無念入定(유구원무념입정)
구원토록 머물러
무념무상의 경지
선정에 들어 깨달음 얻기를 기도하네.

唱靑山四圍感寂(창청산사위감적)
바위에 홀로 서
청산곡을 부르니
모항은 가락에 젖어 고요하네.
風雨磨黑岩圓融(풍우마흑암원융)
거센 비바람
검정바위 갈고 닦아
중생의 마음을 둥글게 닦아주네. 
霧中半島向兜率(무중반도향도솔)
저 멀리 안개 속
고창반도 쉬지 않고
서방정토 도솔천을 향해 가니
願不醒茅項之夢(원불성모항지몽)
지심으로 원컨대
오늘 이 모항의 꿈
오래도록 깨지 않기를 서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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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학교 산학협력처와 링크사업단의 성과보고와 미래전략 회의가 2015년 11월 13일부터 14일까지 부안의 모항 해나루 호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산학협력을 위한 사례 발표와 대응방안이 깊이 있게 논의됐다. 취재현장에서 보고 겪은 일과 산학협력을 연계하며, 전북대학교와 전라북도 발전을 선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으려고 했다. 지역의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산학협력을 연구하는 곽용근 처장과 설경원 단장 등 여러 교수들의 분투가 눈물겹다. 하나씩 하나씩 문제를 풀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모항에서 잠깐 틈을 내 해변을 산책하며 풍광을 느껴보려고 했다. 올 때마다 그리고 둘러보고 걸을 때마다 부안은 특히 변산반도는 복을 받은 땅이라는 생각을 한다. 해나루 호텔이 앉은 자리는 천하명당 같다는 느낌이다. 변산반도가 서해를 향해 달려가는 중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잠시 쉬어가는 형국이다. 좌우로 안산이 둘러쳐지고, 앞면은 망망대해이다. 어머니 품속 같다. 호랑이 형국의 우리나라 지세를 보면 단전 아래 어머니 자궁이다. 그 깊은 지기를 느끼며 백사장을 걸어본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모래 위에 새긴 자국들을 지운다. 우리가 아옹다옹 다투며 쌓은 모래성을 커다란 물결 속에 묻어버린다. 맞다. 오랜 삶속에서 맺은 인연들을 다 풀어놓고 떠나가야 한다.

가을비가 잠시 멎어 용머리처럼 생긴 검정바위에 올라서서 시조 ‘청산곡’을 불러본다. 바다 저 끝 도솔천에까지 들리도록 목청껏 소리쳐 불러본다. 바다 물결을 따라 곡조가 유려하고 웅장하게 펼쳐지는 듯하다. 바다 속 청룡이 해면을 박차고 하늘로 오르듯 기세 좋게 소리를 지른다. 흑암은 모두 고운 옥처럼 둥글다. 태곳적부터 단련된 그 모습으로 오늘 둥글게 원융무애하다. 그리고 늘 둥글게 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모항의 꿈은 한편으로 천지창조처럼 생산을 준비한다. 생산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걸음을 잠시 멈추고 고요를 즐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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