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산 군도는 군산 서남족 해상 50km에 자리 잡은 작은 섬들의 총칭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군산시 옥도면인데 모두 4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유인도는 16개. 망망대해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고군산 군도는 그 수려한 풍광과 풍부한 어족자원 그리고 오랜 역사적 향기를 품고 있다.

특히 고군산 군도는 의외로 문화유산의 보고다. 멀리 선사시대부터 줄곧 주요 해상교통로로 각광을 받았다. 기록으로 보는 고군산 군도는 가히 역사책이라고 할 만하다. 우선 중국 제나라 전횡이 어청도로 망명을 왔다는 기록이 있다. 또 백제 때는 고군산 군도를 기점으로 중국 남조와 일본을 잇는 무역항로가 붐볐다. 중국 주산군도에서는 다시 동남아시아와 인도, 아랍까지 연결되는 해상로가 열려 이른바 해상 실크로드의 거점 중 하나였다. 통일신라 때 석학 최치원이 이곳에서 활동한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어 고려 때는 해상무역이 성해지면서 고군산 군도는 국제무역의 기항지 역할을 했다. 송나라 사신 서긍이 쓴 ‘선화봉사고려도경’에 의하면 고군산 군도에 외국 사신을 영접하는 ‘숭산행궁’이라는 관청이 설치되고 대형 조선소도 있었다고 한다. 또 고려후기에는 인근 해역에 자주 출몰하는 왜구들을 방어하기 위한 수군기지도 설치됐다. 조선조에도 역시 서해의 주요 길목이자 해상방어를 목적으로 하는 수군기지가 존치되기도 했다.

현재 고군산군도라는 이름은 조선 초기 수군기지가 뭍인 현재의 군산으로 옮겨지면서 과거와 구분하는 차원서 옛 고자가 붙어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 18일 군산에서는 ‘해양문화 역동성’을 주제로 하는 학술포럼이 열렸다. 고군산 군도에 산재한 각종 문화유산과 스토리들을 활용해 땅의 가치를 높이고 관광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발표된 논문들도 ‘고고학으로 본 군산 군산도 해양문화’ 등 그간 소홀히 했던 이 지역에 대한 연구결과를 담았다. 참석자들은 고군산 군도가 새만금 권역인만큼 선유도를 중심으로 해양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또 활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 2010년 새만금 방조제의 완공으로 이 지역은 세계 경제중심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유서 깊은 문화자산에 대한 관심도는 많이 떨어진다. 내년께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면 고군산 군도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따라서 경제개발 못지않게 독자적 문화권 형성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평범한 신개발지역이 아닌 역사문화의 향기가 넘치는 명소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