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1년 동안 키운 닥나무를 잘라 푹 삶은 후 껍질을 벗기고 말린다. 찬물에 불리고 잿물을 만들어 삶고 잿물을 뺀 뒤 방망이로 두들겨 분해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한지가 만들어진다.

한지야 사서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작가에게 이를 제작하는 과정은 제일 중요한 기초 작업이자 작품의 연장선상이다. 삶이란 것을 가르쳐주는 스승이기도 하다. 한국전통문화전당 특별기획전으로 지난 10일부터 12월 6일까지 전당 3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마불 이종국의 전시 ‘종이에 길을 묻다’에서는 지난하지만 전통에 입각한 작업의 결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천연염색과 옻칠한 한지작,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로 만든 아트상품 등 재미있고 소박한 작품 30여점이 자리한다. 직접 만든 종이에 빛, 바람, 물, 불, 흙, 냄새, 소리 등을 소재로 아름답고 정감 넘치는 우리네 시골 풍경을 구현한다. 감물을 비롯한 다양한 천연물감까지 더하면 자연 그대로의, 맑고 고운 수채화가 완성되는 것.  

현재 마불 갤러리를 운영 중인 작가는 국내외 20여회 개인전 및 40여회 초대전을 가졌으며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문화예술 명예강사 100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