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국가지정문화재를 이용한 드라마, 영화 등 상업 촬영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문화재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국회 정진후 의원(정의당)이 2015년도 문화재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위해 국보, 보물, 사적 등 국가지정문화재 및 세계문화유산에서 방송 영화 촬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2년부터 2015년 현재까지 전국 12개 지자체와 문화재청에서 국가지정문화재를 이용한 촬영 및 행사 개최 1,733건 가운데 상업적 목적의 촬영 및 행사 개최는 473건으로 27.2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의 경우 같은 기간 32건으로 전국적으로 비교적 적은 건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81%인 26건이 드라마, 영화 촬영 등 상업 목적으로 나타나 전국에서 상업촬영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학술, 뉴스, 교양 등 공공성 행사는 6건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100건의 촬영이 이루어진 서울의 상업촬영비율이 71%로 전북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반면 187건의 촬영이 이루어진 전남은 12.3%만이 상업촬영이었으며 185건이 이루어진 제주는 17.8%, 99건이 이루어진 강원이 18.2%로 나타났다.

전북지역에서는 사적 고창읍성에서 영화 ‘관상’ 드라마 ‘감격시대’ 등 12건, 명승인 남원 광한루에서 영화 ‘사도’ 등 13건의 상업촬영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적으로는 안전점검과 구조모니터링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보호대상 문화재인 사적 청주 상당산성에서 영화촬영과 KBS 2TV 굿모닝대한민국, 2014년 KBS 2TV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 촬영 등 5건이나 촬영이 진행됐다.

또 세계문화유산인 남한산성에서는 MBC드라마 ‘해를 품은 달’, 가수 ‘떰지’ 뮤직비디오 등 50건이 촬영되었고,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및 화성행궁에선 연예프로그램 ‘1박2일’과 출발드림팀’ 등 92건이 촬영됐다.

이 밖에도 사적 운현궁에선 돌 사진 촬영이 11건 진행되었고 국보 첨성대는 아이스크림 ‘붕어싸만코’ 광고 촬영이 진행되는 등 문화재의 가치를 훼손하고 웃음거리로 전락시키는 경우도 빈번했다.

정진후 의원은 “문화재란 사소한 실수, 미세한 기후 변화, 주변 환경의 조건의 변화에도 크게 변형되거나 손상될 수 있는데, 백여 명의 스텝이 동원되고 무거운 촬영장비와 중장비가 동원되는 촬영에 문화재가 노출되는 것은 자제해야할 것”이라며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 품위를 잃지 않고 활용될 수 있도록 법적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내 문화재 전문가는 “사적 등에서의 촬영 허가는 문화재청에서 담당하는 문제로 현재 허가 조건이 점차 까다로워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목조 건축물 등이 있는 문화재 지역에서의 촬영여부는 신중하게 처리돼야 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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