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목욕탕은 무수한 개개인의 역사와 이야기가 교차되는 곳이기도 하다. 40여 년간 영화동 주민들과 함께한 목욕탕 건물에서 비롯된 군산 이당미술관(관장 정태균)이 그 처음을 통해 나아갈 길을 살피는 전시를 마련한다. 8월 1일부터 10월 11일까지 10주간 여는 첫 기획전 ‘수상한 목욕탕(Suspicious Bathhouse)’.

개관전에서는 국내 다큐멘터리 사진 선구자인 고 김수남 선생의 대표작을 한데 모아 시작을 알렸다면 첫 기획전에서는 미술관 건물의 뿌리인 목욕탕의 속성을 되돌아봄으로써 정체성을 모색한다.

지난 5월 문을 연 미술관은 영화빌딩에 들어섰는데 이곳은 군산 개항 이후 줄곧 여관과 목욕탕이 있던 자리이며, 그 중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기 전인 2008년까지 존재했던 ‘영화장'이 대표적이다.

마을 사람들부터 관광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의 사연이 모인 영화장과 군산 영화동이 지닌 각가지 특성들을 풀어내고자 하는 미술관의 취지가 맞닿아 이번 전시를 꾸리게 됐다.

세부적으로는 미술관, 참여작가들, 지역주민들과의 서먹하지만 필요한 만남을 주선하고 그 혼탕 속에서 영화동 문화재생 프로젝트를 그려보기 위한 기획전의 경우 레지던시 입주작가들과 군산을 중심으로 국내안팎에서 활동 중인 작가 11명이 회화부터 설치, 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선사한다.

참여예술인인 강제욱 권혁상 박종호 정경화 주 랑 진나래 고나영 고보연 유기종 이주원 정태균은 스스로의 작품세계를 펼쳐 보이거나 이를 지역과 연관 짓는 방식을 택한다. ‘아시아나 컬쳐’ 등 국내외 매체에 다큐멘터리 사진과 글을 기고해 온 강제욱은 최근작 ‘사물들의 우주’에서 병과 드로잉으로 사물이 형성하는 관계와 대화를 드러낸다. 얼핏 보면 아무렇게나 나열돼 있는 사물의 모습은 인간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랑의 ‘군산여행’은 마치 여행지도 같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주민들의 삶부터 역사, 느낌, 그가 거닌 시공간까지 영화동이 지니고 있는 다채로운 층위를 함축적으로, 깊이 있게 보여주고 있다.

정경화의 작업은 흔히 사용하는 모필이 아닌 죽필에서 비롯된다. 대나무를 삶아 나무망치로 두드려 완성된 죽필과 금박이 있는 종이와의 어울림은 ‘별이 빛나는 밤에’ 그 자체다. 이주원은 밀도 있는 유화를 통해 인간의 삶에 주목한다. 어딘가로 향하면서 자신의 사회 정체성을 드러낸 ‘걷는다’를 통해서다.

정태균 관장은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개어귀에서처럼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물이 만나는 곳에는 새로운 흐름이 일어난다”면서 “군산의 사람 그리고 군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특성이 만나 이 곳 이당미술관과 함께 군산 영화동에 새로운 흐름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취지를 전했다.

첫 날인 1일 오후 4시 옥상에서 이뤄지는 오프닝에서는 지역의 유명 음식들을 맛 볼 수 있는 뷔페 ‘영화장 셀렉션’이 진행되고 영상창작단 큐오브이가 제작한 숏다큐 ‘영화동, 영화목욕탕’이 전시기간까지 상영된다. 446-5903./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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