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대세다. 특유의 섬세하고 다면적인 시각 및 감성이 주목받으면서 남성중심주의에서 여성중심주의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미술 분야도 예외는 아닌데 해외에서는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고 현대미술분야에서도 고유의 영역이 잘 구축된 모양새다.

가까이 서울만 보더라도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는 등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열쇳말 중 하나가 됐지만 전북미술계만큼은 예외다. 전통의 도시, 선비의 고장으로 전통문화의 두터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아서다.

이와 관련해 도내 최초로 여성이기에,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이 17일부터 8월 30일까지(개막은 17일 오후 3시) 본관에서 여는 ‘한국여성미술제’.

제2의 성에 머무르지 않고 독립된 성으로 거듭난 여성을 부각하는 현 경향에 발맞춘 전시로 젠더, 페미니즘,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삶 같은 특유의 예술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전국의 여류작가 21명을 선정, 8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참여작가는 김수자 양순실 유미옥 윤세영 윤지선 차유림 허윤희 허정수(회화) 이매리 이인희 이진경 이 피 정문경 차재영(설치) 김주연 문유미 박영숙 윤정미(사진) 차학경 정주아(영상) 송진화(조각)다.

여기에는 1961년 가족과 이민 간 후 1980년 뉴욕에 정착하면서 제3세계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비디오로 보여주는 차학경의 ‘Mouth to mouth', 사회적 업악에 대한 저항을 드러내는 박영숙의 디지털 사진 연작물 ‘미친년 프로젝트’, 광주 대인시장 한 가운데 있는 고깃간에 고기인 듯 나체로 누운 문유미의 퍼포먼스 개념의 사진 ‘대인 타타타’가 자리한다.

더불어 이번 기획전 포스터에 쓰이며 의미를 더한 작품으로 남성중심문화를 거스르듯 화면을 꽉 채운 여인의 뒷머리를 꽃으로 장식한 허정수의 회화 ‘아름다운 뒷모습’, 웨딩드레스 같은 옷에 씨앗을 담아 실제 식물이 자라는 김주연의 생태작업 사진 ‘존재의 가벼움’을 만날 수 있다.

지역에서 참여하는 작가 중 김수자는 바느질과 페인팅을 아우르며 삶을 수놓는 ‘일상’을, 양순실은 꽃, 마네킹, 케이크 같은 소재로 누군가의 휴식처가 되기 위해 스스로는 쉬지 못하는 자아를 풀어낸 연작물 ‘In the shade'를, 차유림은 나약한 새나 동물의 이미지를 합성한 인간을 통해 나약함을 극복,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회화를 소개한다.

장석원 관장은 “그동안 옥죄어 왔던 규제와 금기는 더 이상 문제되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로 다양한 목소리와 대안을 제시한다. 그간 보지 못한 또 하나의 세계가 존재해왔음을 암시한다”면서 “우리는 그러한 몸짓에 주목해야 하고 전북도 마찬가지다. 문화트렌드인 여성성을 작품으로 살펴봄으로써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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