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한다. 신화에서 키메라는 사자의 머리와 양의 몸통, 뱀의 꼬리를 가진 괴물이다. 당연히 불길한 동물이자 악의 힘을 상징한다. 그런데 이 신화 주인공이 생물학에 오면 다른 뜻을 갖는다. 즉 다른 종끼리 결합으로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는 유전학적 기술이 바로 키메라다.
  식물에서는 이미 오래 전 이 기술이 응용됐다. 식물의 접붙이기는 전형적 예다. 동물의 경우도 최근 들어 흔한 일이 됐다. 처음엔 흰쥐와 검은 쥐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흑백 얼룩무늬의 쥐를 만드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1984년 양과 염소의 태아세포를 융합시켜 기프라는 이름을 가진 키메라가 만들어지며 동물연구도 궤도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2년 마리아 생명공학연구소가 인간의 배아줄기세포를 쥐에 이식한 키메라 쥐를 만들어내 엄청난 파문을 불렀다.
  키메라와 같이 유전자조작을 통해 동식물을 조작하는 기술을 생명공학이라고 부른다. 생물체들의 유용한 특성을 뽑아서 이용하자는 취지다. 가장 흔한 것은 작물연구개발로 제초제 내성 콩이나 해충 저항성이 강한 옥수수를 새로 만드는 식이다.
  하지만 생명공학에는 논란이 따른다. 안전문제와 윤리문제다. 안전의 경우엔 생태계 교란을 위시해 독성물질 배출, 항생제 내성, 오래 섭취할 때의 부작용 등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윤리적 차원에서는 과연 생물체를 인위적으로 변형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하는 질문이 나오고 있다. 거리낌 없이 생명을 조작할 때 인간과 타 종과의 구분도 모호해질뿐더러 생명의 가치에 대해 혼란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 최근호가 군사적 목적의 동물 연구 실태를 보도해 주목을 끌고 있다. ‘생체공학 동물무기를 보기 위해 꼭 ’주라기 월드‘를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제하의 이 기사는 영화에 나오는 ‘인도미누스’라는 포악한 육식공룡에 카멜레온 유전자를 심어 위장술을 발휘하는 예를 들었다. 이런 식의 동물의 무기화는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풀이했다. 특히 곤충을 이용한 감시 장비 개발은 상당한 수준에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생명공학은 여러 면에서 걱정거리를 낳고 있다. 안전과 윤리문제가 대부분이지만 동물을 전쟁무기화 하는 것 역시 반길 일은 아니다. 생명공학 기술이 다른 생명을 빼앗는 데 쓰인다는 것은 웃을 수 없는 아이러니다. 과학이 앞으로 어디까지 갈지 두렵기도 하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