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은 지난해 제정된 지방자치의 날로 2주년을 맞았다. 정부가 지방자치의 날 기념일을 제정할 정도로 지방자치를 중요시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기념일을 제정해야 할 만큼 지방자치를 등한시해왔다는 측면도 있다.
성년의 나이를 먹은 지방자치는 중앙탁치(託治)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중앙정부가 재정과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어 지방정부는 중앙의 눈치를 봐야하는 반쪽자치를 하고 있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지역주민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실현될 수 있다.

▲돈-사람 틀어쥔 중앙정부=국세와 지방세 비중은 8대2로 변함없다. 자치단체 국고보조사업에서 국비비율은 2007년 68.4%에서 지난해 60%로 낮아졌다. 각종 국가사업조차 곳간이 텅 빈 지자체에서 상당한 비율의 재정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국비보조사업의 지속적인 증가와 중앙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지방정부로 내려오는 재정은 줄어들었고, 지자체 재정자립도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최근엔 영유아 보육비와 기초연금 등 중앙정부 주도 사업에 지자체 재정이 대거 투입되고 있어 재정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은 오죽하면 추가적인 국비지원이 없으면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세입이 없는 지방정부입장에서는 중앙정부만 쳐다볼 수밖에 없어 지방자치는 ‘어항 속 붕어’신세라는 지적이다. 지방세 비율은 30%정도는 되어야 지방자치를 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앙정부에서 주는 예산으로 사용하다보니 자체적으로 사업을 벌일 수단이 없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뜻에 따라야하는 상황이다. 만약 정부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다른 지역이 더 많이 가져갈 때 점점 빼앗기면서 가난한 지자체로 전락하게 된다.

▲지방사무의 비중 늘려야=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4만6000여개의 행정 총사무를 분석해 2000여건을 5년 안에 단계적으로 지방에 이양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된다면 현재 20%밖에 되지 않는 지방사무의 비중이 40%를 넘어 선진국 수준이 된다.
지방 사무를 늘린다는 것은 지방분권과 권한 이양으로 볼 수 있어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민선6기 전북도는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도 국 단위 기구 하나 늘리지 못할 만큼 온갖 권한을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
도지사가 자체 행정기구 하나 뜻대로 만들 수 없는 현재와 같은 상황은 중앙정부의 탁치며 꼭두각시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자치단체 기구와 정원에 관한 규정을 대통령령에서 조례로 대폭 위임해야 한다는 것이 지방정부의 한목소리다.
지방사무의 비중을 늘리면서 예산도 함께 병행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예산이 수행되지 않을 경우 지방정부 곳간만 축내기 때문이다.
정부는 분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유동성 위기에 몰린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구조조정을 하기로 입법예고한 상태다.
지자체는 구조조정은 말 뿐이지 사실상 파산제로 생각하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사 위임사무인 사회복지사업은 중앙으로 재정이 환원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장병운기자·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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