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돈을 번다 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가 종합미곡처리장에 떠밀린, 대문을 걸어 잠근 채 폐허가 돼 버린 그곳 정미소. 역사의 뒤안길로 향하는 정미소가 프레임 안에 담겼다.

사진작가 박찬웅이 18일부터 26일까지 전북예술회관 2실에서 개인전 '소멸의 얼굴-정미소‘를 연다. 지난 8일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한 세 번째 개인전의 연장선상으로 우리 시대 소멸되는 것들 중 정미소를 포착한다.

20년 전 선물 받은 카메라를 들고 꽃과 나무 등 살아있는 것들을 즐겨 찍었던 그는 언젠가부터 지역 내 사라지는 것들을 촬영했다. 소리 소문 없이 없어지는 것들을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도 사명감이지만 일선에서 물러날 때가 된 자신 나아가 태어나 돌아가야 하는 인간의 모습과 닮아서다.

전시에는 익산 용동과 정읍 태인, 고창 상하, 김제 진봉, 김제 황산 등 전북 곳곳을 다니며 촬영한 정미소들이 자리한다. 흑백 톤의 사실적인 사진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향수를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기록 뿐 아니라 삶의 퇴적물을 하나하나 걷어내는 자서전적인 조합이다. 단순한 촬영대상을 넘어 거기에 묻어있는 시간과 같은 것”이라며 “붙잡을 순 없겠지만 사진을 통해 우리와 항상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사진디자인과를 졸업했다. 현재 한국사진학회와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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