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엽 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

2013 계사년도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연초에 계획하고 다짐했던 일들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성취감보다 더 큰 것 같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한창 국정감사가 진행 중에 있다. 여ㆍ야 의원들은 4대강사업, 원전비리, 국정원 선거개입, 국민기초연금 등 올 한해 전국을 강타했던 굵직한 사건들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농업분야에 대한 국감도 현재 진행 중에 있다. 농업시설물에 대한 현대화 사업 진척도,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의 식량생산대책, 농업ㆍ농촌의 장기적 발전 방향, 농업인 수익 증대 및 구조 개편 등 농업 전반에 걸친 문제점과 나가야 할 방향성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정감사를 시청하고, 참여하면서 우리 농업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끼는 점은 다른 산업에 비해 너무나도 열악하고 비교 열위에 있다는 것이다. 농업의 현실을 직시하고 투자와 변화를 위해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나 싶다.
농업·농촌이 위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농산물시장의 개방이 확대되면서 값 싼 외국농산물에 밀려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제 값을 받고 판매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농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은 상승하는 반면 생산되는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여 정성껏 키운 농작물을 갈아엎는 일들이 우리농촌의 실상을 보여주는 예가 아닌가 싶다. 교육, 문화, 복지의 수준도 도시에 비해 열악하다. 학생 수가 감소해 통폐합을 해서 운영할 수밖에 없는 농촌교육의 현실과 종합병원이 없어 도시로 나와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복지 분야의 빈약함 등을 감안한다면 더 이상 농업정책을 경제논리로만 따져서는 안 될 것이다. 도시와 농촌 간 삶의 질과 소득격차가 해가 갈수록 커지면서 그나마 고향을 지키던 젊은이들도 소득 없는 농촌생활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기회만 있으면 농촌을 떠나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극적 행동은 우리 농촌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제 우리 농촌은 ‘해봤자 안된다’는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 행동을 실천해야 할 시기이다. 이것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며 우리의 고향인 농업·농촌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 책임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농어촌은 무한한 발전가능성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의 사업을 보완하고 발굴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첫째, 하드웨어적인 기반조성 및 개발과 복지ㆍ교육분야의 지속적 투자로 도시민들을 유입시켜 일단 농업ㆍ농촌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둘째, 수익성 있는 사업을 발굴해 브랜드화 시켜야 한다. 지역특성에 맞는 고소득 작목을 선정하고 집중육성해서 생산에서부터 유통, 마케팅에 이르기까지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농업인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 주어야 한다. 또한, 기존의 생산위주농업에서 벗어나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농촌체험 학습과 문화유적 등 농어촌의 어메니티을 활용한 관광산업의 발굴도 절실하다.
셋째, 미래를 개척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주도해나가는 혁신주체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끊임없는 교육으로 지역리더들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여기에 전문가의 농가경영진단을 통한 농업구조의 체질을 강화해서 세계시장에 맞서야 한다. 특히, 단기적 소득창출보다는 미래를 예측하고 환경과 인간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장기적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농업에 근간을 두고 있는 우리 지역실정에 비추어 볼 때 농업·농촌 살리기는 우리 모두의 현안과제이며, 농촌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나라가 사는 길임을 우리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농업은 대기정화, 지하수 저장, 담수, 홍수조절 기능과 국민정서 함양, 생태계 유지, 전통문화 계승, 환경교육, 보건휴양 공간 제공 등 기능과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우리의 행복한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증거이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유이다. 또한 경제적 관점에서만 접근할 수 없는 공익산업이자 국가차원의 생명산업인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농업과 농촌을 그들만의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나서서 농업인이 땀 흘려 가꾼 우리 농산물을 애용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우리 농업을 지키는 첫 걸음이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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