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가 이곳에서 말에서 내리지 않을쏜가?/경기전 정문 고색창연하면서도 숙연하구나./홍살문 위용은 가히 하늘을 찌를 듯 하며/태조는 정전에 앉아 근엄하고 인자한 모습이어라./끝없이 이어지는 노령산맥 오목대에 이르러 마침표를 찍어/조선의 정기 이곳에 응축돼 나타나는구나./느티나무 고요하며 새들은 노래하니 길상이어라/선채로 선정에 들어 선인과 대화하며 그들의 꿈속에 들어갈까?
‘경기전’ 전문

본보에 연재 중인 ‘이춘구의 전라도 한시 기행’이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 바로 ‘모란꽃 동행’이다.

KBS전주 보도국장 이춘구가 전라도 곳곳의 문화유산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감상을 한시로 표현한 것으로 매주 월요일에 실은 글귀가 어느덧 100편을 넘어선 것.

지은이는 “전라일보 유춘택 회장님과 전주대 이유라 교수님의 적극적인 권유에 응하게 됐고 책까지 펴내게 됐다”며 “젊을 적에 역사문화탐방 보도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독자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시상을 정한 다음 기자로서의 시대정신을 호남인의 시각으로, 무겁지 않게 접근하려 했다”고 밝혔다.

어렸을 적 선친에게 한문을 배운 그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이던 당시 한국과 중국 고전을 두루 읽었고 이태백과 두보의 시를 읊조리곤 했다. 한시를 직접 쓰게 된 건 어머니가 돌아가신 1985년 마지막 날부터다. 어머니의 열반을 직감하고 묘비에 새길 시를 쓴 것이다.

책은 투박하기는 하지만 어머니를 그리며 쓴 오언절구 ‘기도’를 시작으로 구이호, 용담호, 숭림사, 회문산, 군산항, 새만금, 진안 인삼, 두동교회 미륵산 앵화, 호남제일성, 전주성 등 전북의 유적과 풍경, 인심을 담아낸다.

지역을 소재로 삼은 것에 대해선 “서울에서는 여의도와 한강, 북한산에 대해, 파견 나갔던 모스크바에서는 모스크바강과 풍물, 비료자에 대해 썼다. 전주에 돌아와서는 나고 자란 곳을 묘사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설명한 후 “고향 독자들과 대화하며 공감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는 전북대 예술대학 교수인 이철량 교수의 그림을 더해 한시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이 교수는 “어려워서 되레 가볍게 가기로 했다. 가급적 절제와 단순 속에서 깊이를 맞추려 했다.”고 말했다.

이춘구는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원에서 석, 박사 과정을 마쳤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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