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을 떠나 전주에서 생활하는 서양화가 안순덕과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향한 조각가 김정옥, 오스트리아 출생으로 미국에서 살고 있는 판화가 원실 시그리드. 국적을 불문한 세 여류미술가가 고향에 대한 아련함을 쏟아냈다. 15일부터 23일까지 KBS전주방송총국 모악갤러리에서 열리는 ‘회귀본능전’.

“고등학생 때, 정옥이와 함께 그림을 배웠습니다. 꽤 친했고요. 정옥이가 서울로 대학 가고 미국으로 이민가면서 뜸해졌지만 안부는 듣고 살았죠.”(안순덕)

고국에서의 전시를 희망하던 김정옥과 그의 판화 스승인 원실 시그리드, 친구의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인 안순덕으로 인해 동반전은 자연스레 진행됐다.

안 작가는 “살고 있는 곳은 제각각이지만 고향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은 매한가지였다. 그 점을 주제로 각각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미술교습소를 운영 중인 안순덕은 수 년 전부터 섬진강 상류인 순창 장구목 풍경을 그려왔다. 모태를 연상케 하는 바위와 초롱초롱한 야생화 같은 대자연에 매료돼서다.

평론을 맡은 최병길 원광대 교수는 “관람자가 대자연의 모습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경외를 체험하길 권유한다”고 해석했다.

엘진대 강사인 김정옥은 걸어 놓은 대형캔버스에 커피나 한약을 흘려보낸다. 이에 대해 “어린 시절 할머니댁 초가지붕에서 흘러내리던 빗방울이 마른 땅을 후비며 떨어지는 광경, 그 추억의 단면을 이미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진대 교수인 원실 시그리드는 한국이 처음이다. 사전의 구상 없이, 마음 가는 대로 표현한 판화에는 자연의 신선함과 아름다움이 오롯하다. 최 교수는 “그녀의 추억이 과거의 것이 아니라 현재 전개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와닿는다. 신표현주의까지 선보이는 등 기법도 다양하다”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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