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의 전북체육계에 대한 장기간 수사는 지도자 사기저하 이외도 뜻하지 않은 곳에서 전북체육 뿌리가 흔들리는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경찰수사로 도내 감독과 코치들의 긍정적인 면이 완전 무시되고 범죄 집단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지적이다.
30일 도체육회 산하단체 A협회장은 본지 30일자 1면 ‘선수단 사기 뚝, 성적 뚝’ 기사를 보고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4년 임기가 올 연말에 끝나는 데 전무들과 지도자들이 경찰수사를 받으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 연임할 생각을 접었다”고 했다.
경찰수사로 인해 지도자의 사기저하는 선수기량 향상에 직격탄을 주고 있으며, 연말에 있을 협회장 선거에도 타격을 주고 있는 셈이다.
도체육회 산하 48개 단체 회장은 체육에 관심이 있는 지역 내 인사들이 전북체육 발전과 지역사회 환원 차원에서 선수육성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은 많게는 수 천만원의 자비를 털어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협회장을 맡아 어떤 이득을 바라기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전북체육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협회장들이 연말 새로운 회장 선출에 나서지 않겠다는 선언하고 있다.
전북경찰 수사가 아직도 종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협회장들의 연임이나 새로운 인사들의 참여가 저조할 것이 뻔하다. 올해로 회장을 마치겠다는 인사만 여러 명에 달한다.
여기에 회장을 보좌하고, 종목 총감독을 하며 실질적인 살림을 도맡은 일부 전무이사도 “이제 떠나겠다”고 밝히고 있다.
비 인기종목의 B전무는 자신의 월급에서 꿈나무 후배들에게 한 달에 50만원씩 15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 체육인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훌륭한 전무다.
B전무는 “우리 협회는 경찰수사나 도교육청 감사를 받지 않았지만 동료들이 수사와 감사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환멸감을 느꼈다”며 “당장 어린선수들이 눈에 밟혀 고통스럽지만 이제 정리할 때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곧 있으면 런던 올림픽이 열린다. 금메달을 따내면 수사를 했던 경찰들도 환호하겠지만 올림픽에 나가도록 기량을 향상 시킨 우리는 지금 죄인취급을 받고 있지 않느냐”며 분개했다.
동계종목의 경우 선수 60%가 조손가정이나 소년소녀 가장이다. 하계종목 중 비인기 종목의 경우도 동계종목처럼 선수 대다수가 불완전한 가정 출신이다. 도내 감독과 코치들은 이런 아이들을 선수로 육성하면서 먹고 입는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하고 학교공부와 인성교육을 병행하는 참 교육자이기도 하다.
이런 지도자들이 경찰수사로 곤혹스러워하고 있으니 훈련이 제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잘못한 지도자는 처벌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언제 수사의 칼날이 자신에게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앞으로 있을 각종 전국대회와 전국체전에서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충남과 인천에서도 전북과 같은 사례가 있은 후 전국체전 성적이 곤두박질 쳐, 다시 제자리로 끌어 올리는데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들었다. 향후 전국체전에서 전북성적이 하락하면 전북경찰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도교육청 감사도 감독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D감독은 “비인기 종목 감독을 한 게 후회스럽다. 도교육청의 지원 말고도 선수를 위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은 귀담아 들으려하지 않고 법대로만 하려 한다”며 “교권을 추락시키는 곳이 학생이 아닌 도교육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D감독은 “운동부가 청렴도 취약분야에 포함됐다고 감독들을 죄인 취급하니 금메달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도교육청이 청렴도를 높이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지원을 크게 확대하면 될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 감독은 “이제 정말 그만하겠다. 운동한 죄로 감독을 맡아 훌륭한 선수를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살아왔는데 법의 잣대만 들이대는 도교육청이 정말 싫다”고 운동부 없는 학교로 전근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장병운기자·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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