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자연스러운 소재 ‘나무’, 그 위에 펼쳐지는 다양한 삶의 흔적들.

서양화가 이경섭의 열세 번째 개인전이 지난 2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전주경원아트홀에서 열린다.

300여회의 전시회를 해 온 작가의 노련함은 화폭에서부터 드러난다. 어떤 재료든 간에 캔버스를 붙이던 방식을 벗어나, 나무판에 직접 그렸기 때문이다. 나무 결결이 배어 든 색감은 원숙하면서도 자유롭다.

화폭의 크기, 배열 또한 남다르다. 손바닥만 한 것에서부터 대형 스크린 규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작품을 따로 혹은 함께 배열함으로써, 전시회 특유의 딱딱함을 벗어낸다. 특히 ‘20×15cm'크기의 작품 100개를 빼곡히 나열한 작품 ’과거에서 나를 보다‘는 신선함은 물론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덧입힌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원색. 그런 데도 밝지 않은 이유는 뭘까. 어린 시절 물감놀이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아무리 환하고 옅은 색일지라도, 섞다 보면 결국 어두움이라는 것을.

작가는 이 간단한 이론을 통해 인생을 풀어낸다. 젊음, 사랑 등의 장밋빛 추억 속에서도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성은 뒤죽박죽 섞여 본래를 알 수 없는, 어두운 빛으로 그려진다.

다시는 내려올 수 없는 곳으로 올라 늑대가 돼 버린 사람, 눈물을 흘리며 서 있는 황혼의 까마귀 같은 사람 등 동물에 투영된 우리네 삶 또한 다르지 않다.

이처럼 다소 어두운 작품들을 선보인 작가는 “전시회에서 만날 뭇대중들의 시선이 두렵다. 허나 한편 편하다”며 두려움만큼이나 큰 설렘을 내비쳤다.

이경섭 화가는 전주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했으며 1983년 이래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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