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아주 오래 서서/더 채워질 그릇은/조금 남기고, 비워둬요/제 그림자 밟고서,/제 몸을 가누는,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자화상‘이란 제목을 가진 이 시는 시인의 자화상 그림과 나란히 실려 있다. 파스텔 톤의 어두운 색감에 섬세한 붓 터치, 무언가를 응시하는 듯한 눈빛은 쓸쓸하면서도 담담한 시의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임경자 시인의 ‘작은새’가 신아출판사에서 나왔다. 자전적 색깔을 물씬 풍기는 이 시집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먼저 제1부 ‘작은 새’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젊음’, ‘이별’, ‘사랑’ 등에 대한 느낌을 담았다.

이어 제2부 ‘기다리며’에서는 ‘성탄절’, ‘호숫가에서’ 등 각각의 시간이나 장소에 얽힌 기다림과 외로움을 얘기한다. 특히 ‘정(情)’의 경우 연작시의 형태를 가미, 1~5편을 선보임으로써 정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면밀히 보여준다.

내내 무거웠던 시는 제3부 ‘내 가는 곳 어디든지’를 기점으로 한층 밝아진다. ‘삭힌 양념되어 살아보자구…’, ‘걷고, 또 걸어간다.’ 등의 글귀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가려는 작가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듯하다.

또한 시인이 손수 쓴 서예작품 ‘청산별곡’, 윤선도의 ‘오우가’도 만나볼 수 있다.

이처럼 시, 그림, 서예를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시화 같은 이 책은 한 권쯤 갖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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