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몰아닥친 한파로 시설농가들 농사짓기가 죽을 맛이네요”

겨울철만 되면 시설농가들은 난방비 문제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추운날씨로 난방비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 겨울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는 한파로 난방비 부담만 더욱 늘어나면서 시설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강추위가 농심까지 얼어붙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2일 오전 임실군 관촌면에 대규모 단지로 조성된 임실 장미영농조합 화훼단지를 찾았다. 유리 온실에서 장미를 키우는 이광호(64·가명)씨. 이씨는 졸업시즌을 앞두고 수요가 증가하면서 손길이 분주하지만 지속적인 한파로 늘어난 난방비 때문에 표정이 어둡기만 하다. 한파로 인해 드는 난방비용 때문이다.

한파는 온도에 민감한 장미 화훼농가에게 최대의 적(敵)이다. 이날 오전 11시 바깥온도는 영하 1도로 춥지만 온실안 온도는 무려 영상 30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씨가 재배하는 면적만 해도 6600㎡(2000평). 적정생육온도(18~23도)를 맞추려고 전기와 기름보일러를 함께 가동하지만 강추위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하루 평균 100만원 가까운 돈을 난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씨는 “장미는 높은 온도를 유지해줘야 되기 때문에 난방비가 많이 든다” 며 “난방비를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올해 보온스크린을 추가로 설치했지만 몰아친 한파로 난방비는 급격히 늘고 있어 갑갑할 뿐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농조합대표 유한식(57)씨는 “영하 4~5도 정도면 하루평균 1000~1500ℓ(1만3200㎡ 기준)가량의 난방비가 들지만 최근 영하 10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면서 하루에 2000ℓ가 넘는 난방연료가 든다” 며 “난방에 이용되는 전기세까지 합하면 난방비는 더욱 늘어나 농가에 부담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완주군 삼례면 삼례읍 구와리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유영옥(47)씨도 한파 때문에 겪는 부담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유씨는 하우스 8개동 5280㎡(1600평)에 딸기 농사를 짓고 있지만 강추위로 늘어나는 난방비는 물론이고 딸기 작황도 좋지 않은데다 시세까지 떨어지는 등 3중고를 겪고 있어 속마음이 새카맣게 타들어 간다.

딸기 시설농가들은 12월부터 한창 수확시기지만 강추위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시름을 한층 더하고 있다. 저온에 강한 딸기도 강추위를 이기지 못하면서 생육이 좋지 않아 품질이 떨어지고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하락으로 이어지면서다.

유씨는 “지하수의 열에너지를 활용해 보온해주고 그것도 부족해 보일러를 틀어 난방에 신경쓰지만 강추위를 피할 수 없다” 며 “지난해 7000~8000원하던 딸기 값이 올해 5000~6000원대로 떨어져 수입이 급감하면서 난방비 지출은 급증해 죽을 맛이다”고 답하며 고개를 떨궜다. /김승만기자·na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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