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창출은 지방에서

김환규 전북대학교 생물과학부 교수

수도권이 포화상태에 이른지는 오래전 일이다. 그간 간헐적이나마 수도권의 집중을 완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 왔으나 최근 들어 다시 수도권으로의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 이미 지방은 고사 상태에 빠져 있다. 우리가 무의식중에 사용하는 지방이라는 용어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을 나타내는 용어가 될 수 없다. 미국의 예를 들면 워싱턴 DC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방인가, 그렇지 않다. 그런 면에서 서울 역시 우리나라 중부 지역의 한곳에 지나지 않는다. 얼마 전에 군산에 몇몇 기업의 공장이 이전되어 인구가 증가되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물론 대기업들이 많이 이전하여 우리 지역의 경제, 사회적 토양이 좋아진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며 이를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을 것이다. 몇 십년간에 걸친 수도권 집중 현상 때문에 어느 기업이라도 수도권에 회사를, 공장을 두고자 할 것이다. 이는 정보, 물류, 행정적 절차 등 모든 면에서 당연한 귀결이라 생각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같은 기업을 우리 지역으로 이전해 달라 하는 것은 지금의 현실로 볼 때 기업을 운영하지 말라 하는 정도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논의가 큰 의제로 등장하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수도권 일극주의에 근거한 국가발전 전략이 국민통합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한 결과일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혁신체제가 제시되었으며, 이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는 지역발전뿐만 아니라 국가발전에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 지역에도 농진청과 그 연관기관들의 이전 및 이를 바탕으로 한 혁신도시의 건설이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지역혁신체제를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인적자원의 양성이 선결과제이며, 인력양성의 주체로서 지역대학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여겨진다. 즉, 각 지역의 대학을 중심으로 학연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지역혁신체제의 성공적인 정착과 지식산업 창출에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지역 소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 사회적인 관점에서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유교의식이 강한 우리민족은 교육에 강한 애착을 지녀왔다. 옛날부터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 문제는 산업화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구조에 의해서도 생긴 것으로 몇 백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이다. 교육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지방소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육 문제 역시 정치적인 결단 없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지역대학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연구기관들을 지방으로 이전함으로써 지식창출의 근거지로서 지방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당분간은 산업체가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 즉 지식산업은 지방에서 꽃피우자는 것이다. 이 일은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문제이므로 치밀하게 준비하면 통일된 여론을 모을 수 있고,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충분한 논리적 타당성을 갖고 있다.
지난 1997년 경제위기 때 희망의 물꼬를 튼 것이 벤처기업이다. 물론 국내 벤처기업 중 70% 이상이 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국책연구소가 집중되어 있는 대덕조차도 5.6%의 지적 재산권 출원율에 그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는 국가과학기술 능력을 극대화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해 건설되었으며, 2004년 현재 76개 기관과 171개의 벤처기업이 입주해 활동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는 그 동안 국내외에 약 8만여 건의 연구실적을 발표하였으며, 약 5천억원의 기술이전료 수입을 올렸다. 이제 이러한 지식 창출활동을 대덕뿐만이 아니라 수도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담당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 영국의 서레이 연구단지, 일본의 쯔꾸바 연구도시 등의 예에서 불 수 있듯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각 지역에 연구단지를 조성하였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예산은 2005년 기준으로 3조 5천억원에 지나지 않는데 이는 GDP의 약 0.4%로 OECD 평균인 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GDP 대비 1% 정도로 고등교육 예산을 증액한다면 현재 3조 5천억원 규모에서 9조원대로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액수는 현 정부에서 4대강 정비에 4년간 40조원을 투자한다고 볼 때 극히 적은 예산이라 할 수 있다. 열악한 경제 환경에 처해 있는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과감한 교육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지방소외를 극복하고 어려운 경제여건을 극복하는 지름길은 지역대학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지역으로의 연구소 이전을 통해 각 지역에서 지식산업을 창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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