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능력시험(이하 토픽)을 암표상의 표적으로부터 막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공인어학시험인 토익(TOEIC)처럼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는 시스템 등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27일 국립국제교육원 등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K-POP 등 한류 열풍으로 한국어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로 인해 지난해까지만 해도 응시자와 응시를 대기하는 인원이 많은 등 트래픽이 몰리다 보니, 토픽 홈페이지 시스템 자체가 버티질 못하면서 서버가 다운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

국립국제교육원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어능력시험IBT시스템 개선사업’을 추진했다. 시스템 개선사업에는 총 8억 1,400만 원이 투입돼 이 중 일부가 시스템 과부하 문제에 대한 예산으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시스템이 과부하 되거나 다운되는 등의 문제는 어느 정도 개선됐지만, 새로워진 시스템에서 허점을 잡아 악용하는 이들이 갑자기 생겨나면서 국제교육원이 골머리를 앓고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타 공인어학시험 시스템과 비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기자는 ‘국제실용영어능력시험 토익(TOEIC)’과 한국어능력시험 토픽을 비교해봤다. 특히 회원가입의 방식은 같지만, 시험 응시 신청 등에서의 차이가 보였다. 

토픽 시험은 시험을 신청 예약하는데 별다른 본인인증이 필요하지 않고, 응시시험장 예약 후에는 응시자 개인정보 수정까지 가능하다. 

반면 토익시험의 경우, 시험 응시 신청을 누르면 본인인증을 필요로 한다. 이처럼 철저한 본인인증 시스템이 있으면 다량의 응시 계정을 생성할 수도 없을뿐더러, 응시자 개인정보 수정조차 되지않아 시험표를 판매할 수 없게 된다.

수도권 대학에 재학 중인 한 유학생 A씨는 “그 많은 공인어학시험 중 왜 토픽만 이런 문제가 생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어를 배우는 유학생들이라면 본인인증을 쉽게 할 수 있다”면서 “당초 더 오래된 공인어학시험의 사례를 토대로 시스템을 미리 구축했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도내 한 IT업계 관계자는 “간단한 이메일 인증이 아닌 본인인증을 더 강화하거나 개인정보 수정을 할 수 없도록 개선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면서 “쉬운 가입절차는 되레 암표상들의 돈만 벌어주는 것이 아닌가. 정부가 운영하는 시스템치고는 너무 허술하다”라고 했다.

이 가운데 국립국제교육원 측은 94회 토픽시험부터 우후죽순 생겨난 암표상들을 1차적으로 막기 위해 다음 회차 시험인 제95회 토픽 시험부터 ‘CAPTCHA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 쪽 결제대행업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응시자 수요조사를 통해 시험이 치러지지 않는 지역 등에 시험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CAPTCHA 시스템을 적용해 94회부터 쏟아진 암표상을 근절시킬 계획이다”면서 “문제점들을 발굴하면서도 기본적인 응시 좌석을 늘리고, 토픽 홈페이지 시스템 등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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