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32·여)씨와 회사동료들이 각자 싸온 점심을 모아 사진을 찍었다./이씨 제공.
이모(32·여)씨와 회사동료들이 각자 싸온 점심을 모아 사진을 찍었다./이씨 제공.

전주에서 회사에 다니는 이모(32·여)씨는 전날 만들어 둔 반찬과 밥을 들고 출근한다. 회사 동료들과 나눠 먹기 위해서다. 이들의 점심 식사는 최근 부쩍 부담감이 커진 식사 비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회사 동료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씨는 “요즘 밥값도 비싸져서 점심시간에 나가면 2만 원은 금방 쓰게 된다”며 “집 반찬 만들 때 조금 더 만들어 놓으면 되니깐 편하기도 하고 다른 동료들이 무엇을 가지고 올지 모르니깐 설레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에 점심 식사를 도시락으로 대체하는 전북지역 직장인이 많아지고 있다. 경기 침체에 고금리 장기화로 지갑이 얇아진 데 이어 외식물가까지 더해져 금전적 부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때문이다.

2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도내 외식 물가는 117.62로 마무리됐다. 이는 전년도인 2022년(110.38)보다 6.6%나 뛴 수치다.

전년 대비 증감률도 2022년(7.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으며 지난 2013년부터 2021까지의 증감률이 0.5~3%를 사이에서 움직인 것을 미뤄보았을 때 상승 폭이 꽤 큰 셈이다.

또한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이 조사한 지난달 평균 외식비에 의하면 비빔밥이 전년도보다 9.1% 상승한 1만 1290원으로 가장 많이 인상됐다. 이어 동기간과 비교해 김밥 7.9% 상승한 3010원, 삼계탕 5.8% 상승한 1만 6500원 등이다.

지난해 조사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 가격은 더 올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무원 김모(20대)씨는 “점심 식사비가 약 14만 원 정도가 지원되지만 오른 물가에 비하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면서 “편의점 도시락만 사 먹다가 집에서 직접 도시락을 챙겨 다니시는 분들이 있어 주로 ‘밥’ 담당을 하며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날 도내에 있는 음식점들의 음식 가격을 확인해보니 칼국수 8~9000원, 국밥 9000~1만 원, 김치찌개 9000~1만 1000원, 일식 덮밥 1만 3000~1만 6000원 등 만 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몇개 되지 않았다. 특히 서민 음식 중 하나였던 김밥의 경우 3500원~7000원 사이를 오가기도 했다. 즉, 김밥과 라면을 함께 주문한다면 만 원으론 턱도 없다는 얘기다.

회사원 황모(34)씨는 “점심시간마다 후배들 밥 사주는 게 회사 문화인데 한번 사주면 밥에 커피까지 4명이서 7~8만 원은 기본이다”면서 “지난해부터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어 밥을 사주고 싶어도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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