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3일째에 접어들었지만, 폭염 속에 조직위의 운영 미숙까지 불거지며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개영식 당시 입영자 8개국의 8~9,000여 명이 신원확인을 하지 않고 입영하는가 하면, 당초 취재구역으로 오픈한다던 ‘델타지역’은 폭염과 청소년 보호 등의 이유로 취재를 막아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개영식 케이팝 공연 당시 온열질환자가 폭증하면서 오는 주말 4만3,000여 명이 일제히 모여 치러지는 문화의 날 대규모 행사에 대한 걱정도 앞서고 있다. 이에 본보는 그간 발생한 새만금 잼버리 대회의 각종 문제점을 짚어봤다.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이 위치한 부안군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1일 잼버리 참가자들이 행사장 내부에 설치된 천막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이 위치한 부안군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1일 잼버리 참가자들이 행사장 내부에 설치된 천막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개영식 케이팝 공연 당시 온열질환자 폭증...4만여 명 모이는 주말 대규모 행사는 어떻게?

전날 개영식에서 발생한 139명의 환자 중 108명이 온열질환을 호소했다고 조직위는 밝혔다. 조직위 관계자는 “낮에 영외활동을 한 뒤, 잼버리 개영식을 참석한 상황에 k-pop 행사까지 이뤄지며 밀집된 인원이 장시간 고온에 노출되면서 계속해서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당시 소방당국은 조직위에 행사 중단 조치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조직위는 불꽃놀이만 생략하는 정도로 행사를 끝마쳤다.

문제는 오는 6일 밤에 열리는 ‘K-POP 슈퍼라이브’ 행사다.

개영식 행사에 이뤄진 K-POP공연은 20분에 불과했으나, 6일은 이보다 더 길 것으로 추정되면서다.

참가하는 가수만 IVE(아이브), ZEROBASEONE(제로베이스원), NMIXX(엔믹스), STAYC, P1Harmony(피원하모니), &TEAM(앤팀), 베리베리(VERIVERY), 이채연, NATURE (네이처), ATBO(에이티비오), xikers(싸이커스) 등이다.

이에 대해 조직위는 “안전질서 등을 확보해 안전한 공연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온열질환자 등의 발생에 대비해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참석한 개영식, 입영자 수천명 신원 미확인 논란

조직위는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입영 및 참가자 8개국, 8~9,000명에 대한 신원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우선 입영시켰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등 주요 내외빈이 참석한 상황에서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한 조직위의 조치로 추정된다.

문제는 잼버리 조직위가 행사가 끝난 후 미확인 입장객의 신원확인 절차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직위는 현재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차단한 채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반되는 조치다.

이날 오후에도 수차례 확인을 요구했지만 이에 대해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자원봉사자 '썩은 음식(?)' 등 불만 폭증··· 조직위 "상황 파악 중"

잼버리 기간 투입되는 3,000명가량의 운영위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썩은 음식과 부실한 시설이 논란이다.

운영위원에게 제공된 계란에는 곰팡이가 피어있거나 밥을 먹기 위해 준비된 식당이 비좁아 2시간 가량의 대기시간이 발생하는 등 원활한 대회진행을 위해 참가한 봉사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이와 관련 SNS에도 “대회 참가를 후회한다”, “중간 관리자 없이 방치돼 무슨일을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등 운영위원들의 대회 진행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최창행 잼버리 조직위원장은 “썩은 음식 등에 대해서는 대회 내부의 식품안전처에서 조사를 진행한 후 상세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조직위, 당초 오픈한다던 델타지역 막아··· 비판여론 눈덩이

당초 언론 취재 장소로 허용됐던 '델타 구역'을 통제하고 나섰다. 델타 구역은 3일부터 일반인에게도 출입이 가능하도록 한 지역이다. 개막 전에는 취재가 가능하다고 했던 것과 달리 대회 사흘 만에 "앞으로 델타구역에 들어가려면 일정 취재 시간에 스카우트 운영요원(IST)과 동행하라"고 공지했다.

조직위는 이에 대한 이유를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청소년 안전문제를 강하게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회 조직위원회 측은 델타구역 취재 지침 변경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세계스카우트연맹과 델타구역 취재 문제를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은 브리핑에서 "델타구역 취재와 관련해 지침을 변경한 것은 잼버리가 청소년 행사이고, 외부인의 접촉에 대해 우려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며 "자유롭게 델타구역 취재가 가능하도록 세계스카우트연맹 측과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시민·사회단체 '잼버리 중단' 촉구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여러 단체와 전문가가 새만금 야영장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일찍이 경고했다”며 “더 큰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대회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북녹색연합은 “폭염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4만3000여 명의 청소년과 자원봉사자, 대회 관계자의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 대회 강행은 너무나도 무모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도 “즉각적으로 행사 일정을 축소하고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등 긴급 조치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전북녹색연합, 전북민중행동 등 13개 단체가 ‘새만금 잼버리 대회 중단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대참사 불러올 새만금 잼버리 대회를 당장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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