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배나무 꽃잎이/눈송이처럼 흩날리네//오시 마던 아버진/휴대전화 끊기고//장끼만/꿩꿩우네//거울 앞에 앉은/누나더러//업어나 달랄까?/피자를 사달라 조를까.//앞산 고라니 새끼도/심심한지 하품을 하네.//(‘아그배나무 꽃잎은 흩날리고전문)”

콩알만한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아그배나무처럼 동심이 가득 맺힌 동시집 아그배나무 꽃잎은 흩날리고(바밀리온)’이 세상에 나왔다.

조기호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으로, 77편의 동시가 수록돼 있다.

동시집임에도 표지를 제외하곤 그림을 찾아볼 수 없는데 이에 대해 조 시인은 그림으르 그릴 줄을 모르는 형편이라, 시의 이미지와 잘 맞지 않는 그림을 넣기보다는 차라리 아이들의 깨끗한 마음 같은 하얀 바탕에 기양 시를 쓰고 싶었다고 밝힌다.

순수한 어린아이같은 하얀 바탕에 적힌 시들은 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꽃들은/벌 나비를 부르고//연두색 나무는/새들을 부르네요//어린싹들은 자라서/여름 숲을 가꿀 것이고//봄바람도 꽃향기/걷어다가 솔솔 풀어요//나는요 밤하늘에 글썽이는/어린 별 하나 심을래요(‘봄에 우는 어린 별전문)”

봄날이 산에 산에/꽃불을 싸질렀네//우리 언니 그리다 만/수채화 같네//할머닌/봄날에 취하신/산신령님이//깔깔거리는/웃음꽃이라 하시네.//(‘산벚꽃 피어전문)”

되도록 쉬운 말을 사용하고 어려운 단어와 은유를 피하려 노력했지만, 문장의 구성이나 표현 방법이 필요로 요구되는 부분에서는 방언을 사용했다.

조 시인은 방언은 그 지방의 뼈와 살 같은 것이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내 고장 언어에 대한 애착심과 표준어보다 더 아름답고 구수한 방언도 있다는 관념을 키워주기 위한 신념을 가진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간혹 어린이들에게 어렵고 생소한 낱말은 본문 아랫부분에 주석을 달기도 했다.

조기호 시인은 전주 출생으로 문예가족을 비롯해 전주풍물시인동인, 전주문인협회 3~4대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는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 ‘바람 가슴에 핀 노래’, ‘산에서는 산이 자라나고’, ‘가을 중모리’, ‘새야 새야 개땅새야’, ‘하현달 지듯 살며시 간 사람등이 있다. 장편소설 과 동시집 오월은 푸르구나를 펴낸 바 있다./임다연 기자·idy1019@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