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안 한국문인협회장수지부 편집주간

농촌에서는 아이들 구경하기가 동물원 가서 호랑이, 코끼리 구경하는 것 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작금의 실태이며, 어제 오늘 듣는 이야기가 아니다. 뉴스에서 인구 감소로 인해 앞으로 소멸할 지자체 등이 언급 될 때마다 우리 마을부터 살펴보게 된다.

내가 사는 마을은 고등학생 1명, 중학생 2명, 초등학생 4명 유치원생 1명으로 50여 가구가 거주하는 시골 마을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건강한 마을이라고 해야 될 것 같기도 한데 어린아이들이 없어 아쉽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힘든 일은 피하고 편한 일만 찾아 쫓는 경향이 있어서 농촌 일손 부족 현상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신하는 시국이니, 젊은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젊은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이 농촌에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나마 우리 마을에 학생들이 있는 것은 다행히도 농촌으로 귀촌한 4쌍의 젊은 부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어찌 보면 행복한 불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것도 불확실한 현실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 분들은 직접 농사를 짓는 농부가 아니고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로 회사가 문을 닫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말하자면 이방인이 아닌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내가 다녔던 시골 초등학교도 한 학급이 보통 육십 명 정도였는데, 요즈음엔 전교생 다 합쳐도 육십 명이 안 된다고 하니, 산업혁명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농자천하지대본>이란 말이 사라진 후 부터 일 것이다.

그래서 아기들의 울음소리(실은 인구 증가 정책)를 듣기위해 지자체마다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장수군의 예를 들면, 주택 구입 시, 수리비 일부를 지원해준다든지, 빈집을 개조해 귀농 및 귀촌한 분들에게 월세로 빌려 준다든지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한다든지 특히 출산 장려금 지급 및 유아용품 지급 등 다양한 혜택을 주면서 아기들의 울음소리를 듣기위해 안간힘을 쏟지만 실제로 피부에 와 닿는 온도는 생각보다는 높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기들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지자체 인구가 감소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자.

첫째, 젊은 사람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이 없다. 아이들을 둔 젊은 부부들이나 귀농 귀촌한 젊은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막상 젊은 부부들이나 귀농이나 귀촌한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망설여지게 된다.

지자체마다 작은 농공단지가 있지만 그곳에서 일 할 수 인원은 한정되어 있다. 귀농해 막상 어떤 품목을 결정하고 농사를 지어도, 바로바로 수입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길게는 몇 년, 짧게는 몇 달을 기다려야 돈을 만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들의 교육문제가 발목을 잡기도 한다. 처음에는 자연에서 자유로운 성장을 위해 선택을 했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부모들은 조바심을 내기도 한다.

물론 시골이라고 영어, 수학 학원 등 학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보다 다양한 학원이 존재 할 수 없는 구조(학생 수가 적어서)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인지상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나는 시골 살아도 자식들은 도시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편하게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서 아이들은 도시로 유학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또한 아이들 구경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일 것이다.

셋째, 인구 늘리기 일환으로 지자체 공무원들도 가능하면 현재 근무하고 있는 시·군·구에 거주 하는 것을 장려 하면서, 타지에서 거주하는 사람보다 현재 근무하는 곳에 거주하게 하여 인구 늘리는 효과를 내는 시도를 하는 지자체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아기들의 울음소리를 지자체 스스로 증명하고픈 일환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젊은 공무원들은 도시에 거주하면서 출퇴근하기에 그 분들에게서 아기울음소리를 기대한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처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딜레마이기도 하다.

넷째, 일부 폐쇄적인 마을 관습도 문제가 있다. 일부 마을에서는 귀농 귀촌인 들에게 배타적인 시선으로 대하면서 마을 일부로 받아들이는 데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귀농취촌한 사람들이 마을에 입주를 하게 되면 오히려 그 분들에게 환영의 축하를 해 주어도 모자란 판에 마을 입회비를 받는 마을도 있다고 한다.

특히 이웃 간의 불화로 인해 다시 역 귀도 하시는 분들도 다소 발생한다는 이야기들이 종종 사회의 이슈가 되는 장면들을 목격하기도 한다.

점점 더 작아지는 마을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우리도 지자체들의 성공 사례들을 면밀히 검토해 우리 지자체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우리 이웃들이 머리를 맞대고 충분한 토론과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아직도 늦지 않았음을 생각해 본다.

우리 마을에도 하루라도 빨리 아기들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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