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어려워서 폐지까지 주워 팔고 있어요”.

학교 앞 문구점이 사라지고 있다.

온라인이나 대형 매장에 밀리다 못해 코로나19로 직격탄까지 맞으면서다.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들의 걸음도 끊겼던데다 각종 재난지원금 대상조차 되지 못하면서 문구점 업주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26일 오전 찾은 전주시 인후동 한 초등학교 인근 문구점. 방학을 맞은 학교 인근은 조용하기 짝이 없었다. 텅 빈 가게를 정리하던 문구점 주인 A씨(70대)씨는 “애들이 잘 찾지 않은 지는 오래 됐다”며 고개를 저었다.

A씨는 “애들 수 자체부터가 이전에 비할 바가 못 된다”며 “간간히 장난감 사가는 아이들 정도가 손님의 대부분”이라고 말하는 한편, “우리 같은 구멍가게는 계속 문을 열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 쉬었다.

전주시 서신동 한 초등학교 앞 문구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빛바랜 뽑기 기계 등을 정리하던 문구점 주인 홍모(87)씨는 최근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며 가게 한 켠을 가리켰다. 홍 씨가 가리킨 곳에는 학생들을 위한 알록달록 문구류 대신 수북이 쌓인 신발 상자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물건을 들여놓아도 잘 팔리지 않아 재고가 없다 보니 빈 공간을 창고로 세까지 내주고 있다는 것이 홍 씨의 설명이다. 지난 1999년 12월 이곳에 문구점을 연 지 어언 24년이 되었다는 홍 씨는 최근 폐지 줍기에까지 나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홍 씨는 “이제 준비물 장사도 안 하고 팔 수 있는 물건은 학용품 정도다 보니 문구점 5곳 중 2곳만 남게 된 상황”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직접 타격이 있었던 게 아니라 지원금도 거의 받지 못했다. 구멍가게들만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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