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대출 변동금리로 집을 마련한 이모씨(전주·인후동)는 “빚을 내서 집을 마련하느라 빠듯한 살림에 조금이라도 이자 상환 부담이 덜한 변동금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올해도 금리 인상이 계속될 거란 소식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말했다.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비율이 약 8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기에는 이자 상환 부담 우려에 따라 고정금리를 더 선호한다. 

이와는 상반되게 최소 두 차례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변동금리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은 17.7%로 집계됐다. 이는 10월(20.7%) 대비 한 달 사이 3.0%p나 하락했다. 

반면 가계대출 82.3%는 변동금리로 이런 변동금리 비중은 2014년 1월(85.5%) 이후 7년 10개월 만에 최대다. 변동금리비중은 2020년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도 63.8% 수준이었다.
 
최근 1∼2년 사이 비중이 20∼30%p나 껑충 뛴 것이다. 시장금리와 함께 은행권 대출금리가 2020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다시 오르기 시작해 작년 11월에는 7년여 만에 최고 수준(주택담보대출 3.51%·신용대출 5.16%, 신규취급액 가중평균)에 이르렀지만, 이런 금리 상승 추세에도 불구하고 변동금리비중 역시 약 8년 만에 82%를 넘어섰다.금융권은 금리 상승기에 이처럼 고정금리 인기가 더 떨어지는 현상이 이례적이고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올해에도 한은이 1월 또는 2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시작으로 2∼3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대출자의 금리 선택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다.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11월 19일 기준 신규 코픽스(COFIX) 연동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440∼4.861% 수준이었다. 

하지만 코픽스가 아닌 은행채 5년물 금리를 따르는 혼합형(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연 3.760∼5.122%로, 변동금리보다 하단이 0.320%p, 상단이 0.261%p 높았다.고정금리가 더 비싼 상황에 대출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대출 기간 중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만 고정금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710∼5.070%, 고정금리는 연 3.600∼4.978%로 변동금리가 0.1%p 안팎 더 높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까지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를 밑돈데다, 코로나 사태와 저금리 기조가 2년 가까이 이어지자 '향후 금리가 올라도 많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그만큼 강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라며 “금리 상승기에 변동금리 비중이 오히려 커진다는 것은 분명히 대출자와 금융기관 모두에 위험 요인”이라고 우려했다./백지숙기자·jsbaek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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