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완주군 삼례농협영농자재센터에서 관계자가 요소비료 포대를 정리하고 있다. 삼례농협영농자재센터에서는 사재기를 막기 위해 인당 두 포대로 판매 제한을 하고 있다. /박상후기자·wdrgr@

“지금 밭을 다 갈아뒀는데 비료 두 포대 가지고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도대체 농사를 하라는 건지 하지 말라는 건지…”.

요소 수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농민들이 사용할 비료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겨울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민들 입장에서는 발들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9일 오전 완주 삼례농협 영농자재 지원센터. 안쪽에서는 때 아닌 실랑이가 벌어졌다. 요소 원자재 부족으로 비료 공급이 줄어든 까닭에 요소를 필수로 하는 비료 판매를 두 포대로 제한하면서다. 때문에 급하게 비료를 구하러 온 농민들은 발길을 돌리거나, 어떻게 안 되겠느냐며 통사정을 하기도 했다.

이날 요소 비료를 구매하려 이곳을 찾은 A씨(70대)는 “두 필지 밭을 다 갈아뒀는데, 이 밭에 비료를 주려면 최소한 10포대는 필요하다”며 “지금 뿌리려고 사둔 풀(사료작물) 씨앗 값만 30만원 어치인데, 지금 초벌 비료를 주고 준비하지 않으면 풀이 자라지 않아 한 해 농사가 어려워진다”며 울상지었다.

삼례읍 인근에서 파 등 농사를 짓고 있는 최모(50대)씨도 “지금 밭 한 필지에 비료가 적어도 7포대씩은 들어가는데, 14포대를 사러 나갔다가 두 포대만 사서 발길을 돌려야했다”며 “농사는 때를 놓치면 안되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했다.

이같은 사정은 전주 인근 원예농협 영농자재 지원센터도 마찬가지다. 요소 비료가 전부 떨어지면서 농민들이 인근 지역 농협으로까지 ‘원정’에 나서기도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원예농협에서 만난 한 농민은 “요소비료는 식물에게 필요한 질소를 공급해주는 데 쓰여서 필수품으로 꼽힌다”며 “하우스 등 올 겨울 농사를 지어 1월께 출하시켜야 하는 사람들은 바짝 애가 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을 응대해야 하는 영농자재 지원센터 직원들도 난감하기는 매한가지다. 어려운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공장에서 비료가 입고되지 않고 있다 보니 규모를 따지지 않고 농가들에게 골고루 분배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센터 관계자는 “당장 필요하지 않으신 분들도 내년 농사를 일찍 준비해놓으려고 한다면서 미리 구매하러 오시는 경우가 있고, 또 한 분이 많이 사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인당 판매량을 조절하게 되었다”며 “찾아오시는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비료가 들어오지 않으니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요소수 수급 대란과 관련 전북지방환경청은 오는 연말까지 국세청, 경찰청과 함께 요소수 불법 유통행위에 대한 합동단속을 실시한다.

이번 합동단속은 도내 요소수를 제조(생산)하는 2개 업체, 중간공급(판매)하는 9개 업체, 다른 지역 제조업체에서 공급받아 소비자에게 최종적으로 판매하는 주유소 890여개소,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하는 대형마트 16개소 등 총 920여 개소를 대상으로 진행된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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