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나오자 국민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품목이 한우로 알려졌다.
평상시 경제적 부담으로 먹지 못했던 한우를 보복 소비하는 것이다.
소득이 오르면 자연스레 몸에도 좋고 입에도 맞는 먹거리를 찾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한우'는 그중에서 최고다. 맛 좋고 안전한 한우를 먹기 위해 사람들은 돈을 아끼지 않는다.

정읍시 덕천면 도계1길에 위치한 김상국(47) 대표의 한우농장은 1155㎡규모로 70마리의 소가 자라고 있다.
마을과는 좀 떨어진 들판에 지어진 축사는 규모에 비해 분뇨 냄새가 심하지 않았다.

깔끔하게 정돈된 축사에서는 크고 작은 한우들이 큰 눈을 껌뻑이며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다.
김상국 대표가 한우 사육을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 1995년. 서울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후 고향인 정읍에 내려와 4-H회에 가입, 활동하면서 청년농업인의 끈기와 패기를 바탕으로 매일 매일을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소규모로 시작해 어느새 70마리로 늘었다. 타고난 근면함과 성실로 이뤄 낸 성과다.

사육하는 한우가 70마리에 달하니 배설물이 쌓일 법도 하지만 김 대표는 매일같이 청소하고 왕겨를 깔끔하게 깔아 놓고 있어 축사에서 특유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사람이나 소나 똑같습니다. 청결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영양가 있는 사료를 주면 소는 건강하게 잘 자랍니다”라며, “평소 축사에 대한 철저한 소독을 통해 소들의 분뇨에서 나는 냄새를 줄일 수 있고 매일같이 분뇨를 치워 더 깨끗한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소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그것을 먹는 사람도 몸이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이를 위해 저는 소가 충분히 먹고 기분 좋게 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축사의 천장을 높여 채광을 좋게 하고, 한 우리 안에 최대한 마릿수를 적게 넣어 여유 있게 생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고 밝혔다.

김 대표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축산농가로 광우병 파동, 브루셀라 등 각종 가축전염병에 따른 소값 폭락을 겪은 것. 하지만 잘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김 대표는 “배합사료 위주로 키우다 보니까 국제곡물 시세에 따라 사료값 폭등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축산 농가들은 소를 길러 도축을 하고 등급을 받아 경매에 부친다. 그래서 경매가가 농가의 수입원이 된다.
김 대표는 한우사육에 새롭게 뛰어들고 싶은 후배들에게 사전에 많은 부분을 알아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한우사육은 비용집약적인 산업으로 기본 규모가 150두는 키워야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을 벌 수 있다. 또한 기본 규모에 들어가는 토지구매비와 축사 신축비용이 억대를 넘어선다”며 “귀농창업자금?정부보조금 등을 꼼꼼히 알아보고 계획을 세워야 하며 자신의 경제적 여건에 맞는 방법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정읍지역 4-H회 선후배들을 규합,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며 “4-H 정신을 바탕으로 투철한 사명감과 봉사정신을 가지고 어려운 농촌현실을 극복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민들은 한우값이 너무 비싸서 먹기 힘들다는 기자의 말에 김 대표는 “한우 비육우 1마리를 32개월 키워서 시장에 내어 평균 1200만원에 팔아도 송아지 값 500만원과 사료비 400만원, 그리고 톱밥료·전기요금·인건비 등을 제하면 100만원도 남지 않는 게 한우 농가의 현실”이라며 “구제역이라도 발생하면 멀쩡한 소도 마리당 2만~3만 원밖에 남기지 못합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우가 비싼 게 아닙니다”라고 하소연 했다./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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