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은 지난해 2월 말 이후 1년 3개월여 만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여야 대표들과 오래간만에 마주하고 방미 성과를 공유했다. 그러나 여야는 122분간 진행된 회동에서 한미동맹 복원과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등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백신스와프 무산과 국정 주요 현안에 대해서 이견을 보이며 대립각을 세웠다. 방미 성과 실현을 위한 협력을 다지자는 취지가 무색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싱가포르와 판문점 회담을 기초로, 외교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커다란 성과"라며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가 정부에서 제출된다면 초당적으로 공유함으로써 남북관계의 돌파구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미 간 포괄적 백신 파트너십을 맺은 것에 대해선 "자랑스럽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국회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백신 문제에 있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여야 대표들부터 '노쇼 백신'을 선언적으로 먼저 맞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송 대표는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에 대해 "여전히 조건부로 회수한다고 표현이 돼 있더라. 우리 공간이 너무 축소돼 있다"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백신 협상과 관련해 부족함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55만명 군인에 대한 백신이 확보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한미 백신스와프를 통한 백신 확보가 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포문을 열었다.

안 대표도 백신스와프가 성사되지 못했다고 지적한 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위탁생산에 대해서도 "단순한 병입 수준의 생산 협의에 머물렀다는 게 (아쉽다). 우리가 더 노력해서 기술이전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 대행은 이어 탈원전과 부동산, 북한 인권상황 방역 등 대북정책과 경제, 사회 전반을 화두로 올리며 비판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안 대표가 한미일 관계개선과 대중 관계를 우려하며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 계획 등을 묻자,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중국과 소통하고 있다”며 “코로나로 연기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상황이 안정되면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8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취소나 연기 의지를 실어 북한에 남북공동군사위원회 개최를 제안해 남북대화의 물꼬를 터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코로나로 인해 과거처럼 많은 병력이 대면훈련을 하는 것은 여건상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연합훈련 시기·방식·수준에 대해서는 추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청와대와 각 정당이 전했다.

여 대표는 또 범정부 차원의 중대재해근절 TF 설치를 건의했고, 김용균 재단에서 제작한 배지와 방송업계의 열악한 제작환경에 문제를 제기하다 숨진 고 이한빛 PD 어머니의 에세이집을 문 대통령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도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에 대해 미국이 구체적인 얘기를 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을 견제하는 듯 “향후 대선과 맞물려 언쟁이 난무하는 것 같다”면서 조작정보를 유포하는 일부 언론에도 우려를 표했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