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는 나눔 온정이 오가는 곳이 있다. 6년째 전주 삼천2동에서 운영되고 있는 ‘사랑이 꽃피는 냉장고’를 찾아가봤다.

26일 오전 10시께 찾은 삼천 2동 행정복지센터. 건물 앞에 위치한 화단가에 한 어르신이 앉은 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사무 업무를 보러 오셨느냐, 아니면 누구랑 같이 오셨느냐’ 묻자 고개를 도리 저은 그는 유리문 안쪽에 위치한 업소용 냉장고를 가리켰다. 위쪽에 알록달록한 글씨로 붙여진 냉장고의 정식 명칭은 ‘사랑이 꽃피는 냉장고’.

이곳에 둥지를 튼 지 벌써 6년째인 주민복지사업이 펼쳐지는 곳이다. 평일 5일 동안 오전 11시부터 나눔 물품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 운영하고 있다.

초기 들쭉날쭉한 운영시간 탓에 헛걸음을 하는 방문객들의 불편함이 상당했지만 운영시간을 정한 뒤부터는 이용객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냉장고 문이 열리는 11시가 가까워오자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걸음도 점점 늘어났다. 코로나19 상황을 생각한 것인지 서너명씩 옹기종기 화단 근처나 건물 바깥, 또는 안쪽 의자 등에 자리를 잡은 방문객들은 순서대로 이용대장에 이름 등을 기재한 뒤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찍부터 이곳을 찾은 한 할머니(70대)는 “최근 복지관 등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잠깐이나마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혼자서는 해먹기 어려운 반찬 등도 가져갈 수 있기도 해 나왔다”며 “혼자 사는 입장에서 방문 밖을 쉬이 나서기가 어려운데 이런 곳이 동네에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11시가 가까워진 시각, 냉장고 안에 차곡차곡 쌓인 물품들은 인근 상인들이나 통우회 관계자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손길이 십시일반 모여 마련된 것들이다. 코로나19 상황 속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눔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민센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곳을 찾는 이들 대부분은 독거노인이나 수급자, 장애인 또는 저소득층 등의 취약계층이다. 만일 거동이 심하게 불편해 이용이 불가능한 이들에게는 동에서 직접 찾아가는 일도 있다. 대장을 기입하지만 꼼꼼히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이미 안면이 익은 관내 거주자들이어서 그렇기도 하고, ‘혹시 모를 복지 사각지대 지원’이라는 취지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 속 노인들이 발붙일 공간이 줄어들면서, 냉장고가 차기를 기다리는 동안 사랑방 역할도 도맡고 있다.

정진숙 삼천2동장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영업자분들 등 많은 분들이 반찬·부식과 같이 냉장고 물품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며 “다른 곳에서도 안정적으로 제도가 정착해 혹시 모를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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