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한 송이 연꽃 다시 피어나길

오피니언l승인2021.04.19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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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화 전주시의회의장

새벽녘 연꽃이 피어난 호숫가를 거닌 적 있다. 물안개 자욱하고 짙은 흙내 가득한 호수에는 탐스러운 연꽃들이 연등처럼 환하게 빛났다. 진흙더미에 뿌리를 박고 기묘하게 생긴 줄기를 따라 솟아오른 연꽃 송이들. 그 자태는 고결하고 신비롭다. 불교에서 연꽃은 처염상정(處染常淨)의 상징이다. 더러운 흙탕물에서 피어나지만 잎도 꽃도 더럽혀지지 않고 깨끗하게 피어나는 것처럼, 탁하고 약한 세상에서 살아가지만 인간의 근본은 물들거나 흐려짐이 없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미얀마는 인구의 90%가 불교를 믿는 국가다. 생명존중과 자비를 우선으로 하는 연꽃의 나라 미얀마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군사쿠데타에 할 말을 잃는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는 지난 5일 기준 570여명의 시민이 숨졌고, 이 가운데 어린이가 47명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미얀마 수도 양곤 교외의 집 근처에서 놀던 한 살배기 어린 아기가 눈에 고무탄을 맞고 붕대로 덮인 사진은 전 세계인의 가슴을 찢어놓았다.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들을 무차별 공격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인권유린에 가차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며, 특히나 어린이들을 살해하는데도 무람없는 태도는 전 인류에 대한 도전이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는 단순한 정권교체의 문제가 아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1988년 버마민주화 운동과 2007년 샤프란 항쟁 등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화를 향한 끝없는 열망과 희생은 마침내 군부정권을 밀어냈고,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NLD(민족민주동맹)으로의 교체를 이루는 밑거름이 되었다. 53년 만에 이루어낸 역사적인 민주정권 수립은 미얀마는 물론 전 세계의 축하와 기쁨이 되었다. 그러나 이 정권교체가 군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아웅산 수치는 외국인 배우자를 둔 자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 헌법에 의해 대통령이 될 수 없었고, 군부는 여전히 의회 의석의 25%를 차지하고 임명권 등의 권력을 틀어쥐고 있었다. 군부와 민주주의의 갈등의 불씨가 내내 남아있던 것이다. 특히나 불교와 이슬람교라는 종교 간의 대립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풍전등화(風前燈火)의 평화였던 셈이다. 

군부는 결국 매의 발톱을 드러냈다. 정권을 장악하고 시민의 저항을 폭력으로 제압하는 모습은 봉건사회의 야만성과 다름없다.

인류가 이룩한 문명사회는 그 야만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투쟁이었다. 민주주의는 본능과 약육강식을 벗어나 윤리와 문화라는 이성을 믿는 것이다. 지금의 미얀마는 문명사회의 이성을 상실한 모습이다. 자유와 민주를 외치는 시민들을 향해 로켓 추진 수류탄을 발사하고, 소수민족 무장단체 여럿이 내전도 불사할 것으로 알려져 자칫 미얀마의 땅이 피로 물들 위기다.

우리는 한때 군부에 의해 민주공화국 헌법이 전복당했으나, 자발적인 애국 시민들의 저항과 열망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해낸 역사가 있다. 우리가 미얀마의 슬픔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전주시의회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강력히 규탄하고 민주화를 지지하는 결의를 천명하였으며, 우리 시에서도 미얀마 민주화 지지를 위한 전주연대를 구성하고 모금 활동을 진행 중이다. 비록 눈 앞의 노력이 작을지라도, 이 마음이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먼 파도를 일으킬 수 있으리란 믿음이다. 많은 이들의 마음이 더욱 크게 모아지기를 희망하며, 미얀마의 땅에서, 한 송이 연꽃이 다시 피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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