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동의서까지 썼는데 주사를 못 맞는다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코로나19 2분기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75세 이상 접종대상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혼선이 속출했다. 접종대상인 노인복지시설 입소자‧종사자뿐 아니라 접종 대상자가 아닌 노인들도 몰린 탓이다.

1일 오전 9시께 찾은 전주시 화산체육관 백신접종센터. 위쪽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입구서부터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길게 늘어선 차량 대부분은 주간보호센터 등 시설 이름을 함께 달고 있었는데, 이 중 홀로 접종센터를 찾은 노인에게 시 관계자가 “어떻게 오셨어요?” 질문을 던지면서다.

‘오늘부터 접종이라고 해서 왔는데…, 혹시 지금이라도 접수하고 주사를 맞을 수는 없을까’ 물었다 축 처진 어깨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고, ‘왜 접종받을 수 없느냐’ 언성을 높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괄 접종인 줄 착각한 노인들의 발길이 쇄도하면서다.

이날 접종센터를 찾은 이모(87)할머니는 “일전 동사무소에서 ‘주사 맞겠다’고 신청한 뒤에 연락이 통 없다가 오늘부터 백신 맞는 게 시작된다고 해 찾아왔는데, 오늘이 아니라고 한다”며 “한참 기다렸는데 헛걸음한 게 됐다”고 한숨지었다.

당초 이날부터 7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접종이 진행된다고 알려진 상황 속에서 접종 대상자들에게 어떤 안내가 이뤄지는지, 각 동별로 어떻게 이동하는 지 등 세부 계획을 접하지 못한 노인들의 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이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현장 인력들도 진땀을 빼야 했다.

이외에도 선별진료소 진입로를 접종센터로 착각하거나, 많은 시설들이 단시간 내에 몰려오며 접수 대기장소에서 노인들이 다닥다닥 붙은 채 대기하는 등 일부 거리두기가 미진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같은 혼선은 시간이 지나며 차차 마무리 돼 10시께에는 보다 원활하게 접종이 진행됐다.

전주시의 경우 백신 수급일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오는 7일까지 약 3000여 명의 노인생활시설 관계자·입소자 등의 접종을 완료한 뒤 75세 이상 노인들의 접종을 시작할 방침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각 지자체별로 백신수급일정 등을 따져 구체적 일정을 정하고, 이후 접종에 나서게 되는데 이번 같은 경우 일괄 1일에 접종이 시작되는 것으로 인식하신 분들이 센터를 찾으신 것 같다”며 “오늘은 첫날이라 다소 혼선이 있었지만, 이런 일이 없게끔 각 동사무소에 문자발송을 부탁하는 등 안내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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