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농사는 처음부터 물량이 적을 것을 각오했지만, 다가오는 추석 명절을 맞아 얼마나 수확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냉해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장기간 이어진 장마와 병충해 우려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17일 찾은 장수군 한 사과 농장. ‘홍로’ 품종의 수확을 앞둔 시기였지만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들의 모습은 좀체 눈에 띄지 않았다. 이미 한 차례 냉해 피해를 입은 탓이다. 본래 가장 길게 자라고 영양분을 받기 수월해 과일이 가장 많이 열린다는 맨 아래가지에서도 사과를 찾긴 어려웠다. 한창 수정이 되었어야 할 시기에 꽃이 먼저 시들어버리거나 아래쪽 풀숲 사이에서는 냉해로 꼭지가 짧게 형성되면서 채 여물지도 않고 낙과된 사과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는 지난 봄 입은 피해가 수확철이 가까워 오자 한창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농장주 한모(44)씨의 설명이다. 고민을 더하는 것은 냉해 피해 뿐만은 아니다. 한창 장마가 계속되던 때 반짝 해가 나온 날 타버리거나, 방제가 되지 않아 점무늬 낙엽병이 나타나기 시작한 나무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이 겹치다보니 올 추석쯤 내놓을 수확량은 18kg 컨테이너 기준으로 작년 2300개에서 1800개가량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인다는 게 한 씨의 하소연이다.

이같은 사정은 인근 농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 씨가 속한 영농조합의 경우 올 추석에는 18kg 컨테이너 기준으로 7000여개의 수확량만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평소보다 절반 가량 줄어든 수치다.

한 씨는 “윤달이 든 해는 날씨가 좋지 않다고 했지만 그간 농사를 지어오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이렇게 기후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줄면 그대로 생산자 소득에도 타격이 온다. 어쩔 수 없이 가격이 올라도 소비자들이 찾지 않으면 그것 역시 고민거리”고 털어놓는 한편, “이런 피해 속에서도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농민들로서는 농사에서 최소한의 안전적 소득이 보장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