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폐기물 처리 업무에 투입된 공공근로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이는 현 작업환경이 안전 장비 없이 이뤄지면서 위험에 노출돼있기 때문이다.

17일 오후 전주시 덕진동 종합경기장 옆 불법폐기물 처리장. 작업장 인근에 들어설 무렵부터 쾨쾨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폐기물 더미에서 떨어져 나온 플라스틱 조각 등이 땅을 나뒹굴었고, 사람 키를 훌쩍 넘겨 쌓인 폐기물들에서 바람을 타고 뿌연 먼지가 날렸다. 이날 전주의 미세먼지 수치는 분명 ‘좋음’이었지만, 이곳만큼은 그와 거리가 먼 듯해 보였다.

처리장과 바로 인접한 야구장 건물 창문이 깨져 있기도 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그 중앙에 있는 작은 폐기물 산 아래에서는 7~8명 정도의 공공근로자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수북이 쌓인 폐기물들이 한 눈에 보기에도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안전모를 착용한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날 만난 한 공공근로자는 “장갑을 끼고 있긴 하지만 이따금 못이 박힌 채 방치된 나무나 깨진 유리 등을 보면 위협을 느끼곤 한다”며 “두 명씩 조를 지어 구청의 폐기물 회수 업무에 동행하기도 하는데, 공공근로자 두 명이 수행하기엔 버거운 업무인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주황색 쓰레기 집게차 한 대가 폐기물을 가득 실은 채 나타났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폐기물더미 위로 새로운 폐기물들이 쌓이며 먼지가 또 일었다.

이곳은 전주시 덕진구 내에 있는 불법 폐기물들의 종착역이다. 구청 공무원들에 의해 실려 각종 불법 폐기물들은 공공근로자들의 손에 의해 분류돼 그 종류에 따라 소각장·매립장·민간 소각장으로 보내진다.

이날 덕진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소각장에도 매립장에도 갈 수 없어 민간 소각 업체에 처리를 맡긴 폐기물은 601톤에 달한다. 현장 관계자는 일반 소각장에 보내지는 폐기물만 하더라도 하루에 100L들이 쓰레기봉투로 100봉지에서 많게는 150봉지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강도 높은 업무를 진행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안전 설비는 장갑과 마스크, 그리고 분류에 사용하는 철제 집게 정도가 전부다. 높다랗게 쌓인 쓰레기 더미 아래에서 일을 하지만 그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위험에는 그대로 노출이 되어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최근 공공근로에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한 시민은 전주시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이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환경 정비 업무에 투입되는 근로자들의 환경이 특히 열악하다는 것은 알고 있어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드리고 있다”며 “안전 장비 지급 등의 경우 사업을 담당한 부서와 함께 검토해본 뒤 최대한 반영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김수현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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