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을 선물하는 날로 기억됐던 '화이트데이'가 돌아왔으나, '사탕'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대신 남녀간 사랑을 확인하거나 고백을 위한 선물은 다양해지고 있다.
3월 14일 화이트데이(White Day)는 한·중·일에서만 지내는 일종의 남녀간 데이트 기념일로, 일본 마시멜로사가 메시멜로, 화이트 초콜릿, 사탕 등을 팔기 위해 만든 상술의 날로 알려졌다.
화이트데이는 발렌타인데이와 함께 80년대부터 우리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었으나, 이제는 남녀간 만남의 의미만 남고 '사탕'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14일 롯데백화점 전주점에서는 와인, 화장품, 목도리, 시계, 악세서리점 등에서 '화이트데이 이벤트' 판매를 진행했다.
전주점 관계자는 "매출이 미약한 '사탕'은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이제는 아예 식품관에 전시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등 도내 대형마트에서도 사탕을 활용한 선물세트로 구색맞추기에 나섰지만, 오히려 '사탕'이 아닌 '수제 화이트초콜렛'이 더 인기있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대생이 화이트데이에 가장 받기 싫은 선물이 '사탕바구니'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등이 이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부피만 크고 성의가 없다는 이유로 여대생 32%(최다)가 가장 받기 싫은 선물로 '사탕바구니'를 꼽았다.
젊은 층은 '화이트데이'에 '사탕'은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커플들의 날'로 인식한다.
대학생 K군은 "화이트데이는 첫 만남, 첫 고백의 기회로 활용될 뿐이고, 선물도 연극 티켓이나 심지어 '발렌타인데이'에 주는 초콜릿으로 달달함을 표현하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도 남녀간 선호하는 선물 준비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별금지 부적인 '토파즈목걸이', 칸나에 반지, 귀걸이, 팔찌, 모자, 향수, 휴대폰 커플케이스, 여행 및 이벤트까지 추천 선물은 다양하다.
온라인 쇼핑에서도 화이트데이 기념 인기 상품으로 꽃다발과 함께 귀걸이, 목걸이, 팔찌, 가방, 향수, 속옷세트, 커플링, 향초 등을 추천한다.
이날 '사탕'을 선물하면 유행에 뒤떨어진다는 느낌이라는게 K군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날 전주시 곳곳에서는 대기업이나 보험사 또는 지자체에서 각종 캠페인을 겸해 '사탕'을 나눠주고 있었다.
4.13총선에 출마할 한 후보는 '사탕'같은 여성 공약을 내놓았지만, 크게 호응을 받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농협 등에서 "상술로 얼룩진 정통성 없는 기념일에 사탕 대신 우리 고유의 깨끗한 백설기 떡을 주고 받자"고 호소하지만, 백설기마저도 안타깝게 시들해지고 있다.
기성세대가 젊은 층의 유행을 쉽게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최근 젊은 층은 100일 기념, 1000일 기념,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뿐만 아니라 매달 14일을 '블랙데이', '옐로우데이', '키스데이', '실버데이', '그린데이', '뮤직데이', '레드데이', '오렌지데이', '머니데이' 등으로 정해 남녀간 만남의 구실로 삼고 있어, 유통가도 관련 기념품 이벤트로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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