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뭔가를 요구하고 그들이 그대로 받아들이길 원한다. 하루 빨리 습득하는 게 세상을 잘 살아내는 방법이란 생각에. 하지만 이 시인 아빠는 요구하는 게 없다. 오히려 묻는다.

조그마한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유치원 혹은 학교에서 겪는 즐거움과 힘듦은 무엇인지…인간이 시기별로 갖는 시선과 감성을 충분히 누리는 것이야말로 잘 사는 비결이라고 믿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어린 시절을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섰다.

박성우 시인이 펴낸 그림 동시집 2권 ‘우리 집 한 바퀴’와 ‘동물 학교 한 바퀴’는 유년시절의 일기 같은 책이다. 2권 모두 저자의 딸애에서 비롯됐는데 대화를 나누다 기억나는 걸 수첩에 옮겨 적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을 소재로 놀다가 썼다.

혀짤배기의 말과 생각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때론 더 현명했고 더 정확했다. 솔직하고 참신해서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가슴을 때린다는 것도 깨달았다. 어린이의 언어능력에 놀라 이를 입 밖으로 끌어내고자 했으며 원래 말투를 최대한 살렸다.

덕분에 밝고 건강한 기운이 깃들어 있으며 단순하지만 반짝인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글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마냥 즐거워할 수 있다. 그림도 흥미를 끈다. 동시의 의미를 극대화하면서도 따스하고 재밌다.

먼저 ‘우리 집 한 바퀴’는 밝고 명랑한 아홉 살 규연이와 엄마, 아빠가 나누는 이야기에 주목한다. 가족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시들은 행복이란 혹은 소중한 것이란 대단한 무언가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가족과 가족의 목소리라고 말하는 듯하다.

‘엄마 아빠랑 별을 보러 갔다.//우리가 별을 보려고 반짝이니까/별들도 우리를 보려고 반짝였다(별)’ 같은 작품에서 알 수 있듯 짧지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동물학교 한 바퀴’는 깜깜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박쥐, 거꾸로 매달리기를 좋아하는 나무늘보, 시력 검사를 할 때 자꾸 목을 길게 빼는 거북이까지 50여 종의 동물이 다니는 동물학교가 배경이다.

각각이 지닌 특성을 살려 유쾌하고 상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유치원과 학교는 두렵고 낯선 곳일 수 있는 만큼 그 속에서 발생하는 상처와 어려움을 극복하고 적응해가는 모습도 보여준다. ‘선생님, 저는 가시 때문에/풍선 불기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요.//그렇지만 엉덩이로 풍선 터트리기는 니가 최고잖아./그러면 됐어.(고슴도치)’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글쓴이는 정읍 출생으로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며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동시집 ‘불량 꽃게’, 청소년시집 ‘난 빨강’, 그림책 ‘암흑 식당’을 펴냈다.

그린 이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2014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됐으며 ‘벼알 삼 형제’ ‘하루와 미요’ 등에 그림을 그렸다.

창비. 1권 101쪽, 2권 97쪽. 각 11,000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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